[그 나무가 웃는다] *손연자 글, 윤미숙 그림

[그 나무가 웃는다] *손연자 글, 윤미숙 그림

이야기의 끝은 물론 너무 뻔하다. 그런데 그 뻔함이 참 위로가 된다.
관심과 사랑을 받은 나무는 최선을 다해 잎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로 아빠와 아들은 엄마의 제사를 지낸다. 사진 속의 엄마와 함께 세 식구는 싱글벙글 웃고 그 나무도 수수수 활짝 웃는다

 

이 책은 글밥이 조금 많은 그림책이다. 그림책이라함은 아이들이 대상인 이야기이다. 작가 손연자 선생님은 아이들을 위한 글을 많이 쓰시는 분이다. 가끔은 이런 그림책에서 마음 깊은 의미를 발견하게 되어 여러번 읽게 된다.
우선 이 책은 그림이 독특하고 예뻐서 손이 갔다. 자세히 보니 스티치, 수를 놓아 그림으로 썼다. 그 정성이 한 땀 한 땀 느껴졌다. 수를 놓아 본 사람은 안다. 절대로 스윽슥 갈 수가 없다. 어떤 수라도 한 땀 한 땀 가야한다.
책 내용도 천천히 간다.

어떤 나무가 사람들이 쉬어가면 좋을법한 장소에 자리를 잡는다. 뜻은 좋았으나 이 나무는 볼품이 없었다. 나무 그늘은 커녕 뿌리도 쓸려가고 잎들은 숭숭 뚫려 있으며 가지도 가랑가랑하다. 나무는 나무대로 숲이 저를 손가락질 하는 것도 같고 구름도 저를 무시하는 것만 같다.
참새나 다람쥐들, 하다못해 들쥐까지 그 나무에 해코지를 해 댄다. 죽을 둥 살 둥 새 잎을 틔워도 벌레들을 막을 수가 없고, 개미들도 당해내지 못하니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없어 나이테는 퍼렇게 멍들어 버렸다.이 부분을 읽으며 주변의 안타까운 사람들, 가끔 나의 모습을 생각하게 되었다. 의지는 좋은데 다른 것들이 그 의지를 따라가지 못해 아등바등할 때가 있다. 주변상황이 그럴 때도 있고, 내면의 내가 너무 약할 때도 있다. 그럴때 우리는 울고 싶고 울고 싶고 포기하고 싶어진다.
그래도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나를 위로해주고 힘내라고 격려해 주는 사람들.
이 책에서도 이웃 새가 날아와 위로한다. 조그마한 진드기 하나 어쩌지 못해 지치고 다 귀찮은 나무에게 나무로 태어난 보람을 위해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자신에게 모이를 주는 아빠와 아들을 이 나무로 인도한다.
볼품없는 나무를 본 아이는 실망한다. 하지만 아빠는 나무가 괜찮아 질 거라고 타이르고, 엄마도 괜찮아지지 않았다며 아이는 울음을 터뜨린다.
이 부분에서 조금 슬펐다. 세상에서 엄마없는 아이들이 제일 불쌍하다는 평소의 생각 때문에……
아이가 아픈 나무에게 “호오 호!”하고 바람을 불어 주며 걱정말라고, 내가 고쳐 주겠다고 말하자 나무는 바람도 없는데 오랫동안 떤다. 사람이라면 흐느낌이었을텐데, 나무라서 떤다는 표현이 와 닿았다.
아들과 아빠는 흙을 퍼다 덮어주고 시냇물도 길어다 부어주고 찌꺼기 한약재를 거름으로 만들어 나무 밑에 묻어준다.
벌레를 잡아 줄 때는 “시원하니?”, “기분 좋지?”하고 말도 걸어 준다.
새 잎이 뾰족이 돋아날 때는 “예쁘다!”. “애썼다!” 추켜세워주기도 한다.
이야기의 끝은 물론 너무 뻔하다. 그런데 그 뻔함이 참 위로가 된다.
관심과 사랑을 받은 나무는 최선을 다해 잎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로 아빠와 아들은 엄마의 제사를 지낸다. 사진 속의 엄마와 함께 세 식구는 싱글벙글 웃고 그 나무도 수수수 활짝 웃는다.

집에 들여 놓은 커피 나무에 원래 병이 있었던지, 나무에 하얗게 뭐가 끼기 시작했다. 약을 사다가 한 통을 다 뿌렸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얼마지나지않아 아랑곳하지 않고 또 퍼지기 시작했다. 잎들은 끝이 타 들어가더니 맥없이 뚝뚝 떨어졌다. 하는 수없이 매일매일 물티슈로 닦아 주었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하루 이틀 닦아주지 못하면 도로 그모양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꽃집에 자문을 구해도 그 병은 어쩔 수가 없다는 답변 뿐이었다. 그대로 그냥 방치해 두었다. 그런데 매일 마주하는 나무라 버리지도, 그렇다고 그렇게 두기도 불편한 상황이 되었다.
나는 마지막이다 싶은 마음으로 욕실로 화분을 옮겼다. 그리고 샤워기로 오랫동안 잎을 씻겼다. 잎의 물기가 마를즈음 새로 사온 약을 한 통 또 뿌렸다. 하루이틀 지나 약이 마랐을 때 쯤 또 샤워기로 잎을 씻겨 주었다. 또 물기가 마를즈음 다시 약을 분사했다. 이 과정을 열흘 정도 했더니 잎들이 조금씩 생기를 찾는 듯 보였다. 그래서 다시 제자리로 옮겨다 놨다. 그리고는 매일매일 나무를 살펴본다.  조금이라도 하얀게 보이면 가차없이 약을 분사하고 닦아준다. 그 과정을 지켜보고 깨끗해 진 걸 본 아들이
“어, 괜찮아졌네! 포기한 거 아니었어?”하길래
“응, 포기할까 했는데 할 수 있는 건 해 보자 했지. 그랬더니 괜찮아졌네~!”
“엄마, 그럼 나도 포기하지 않겠네?”
“당연하지! 나무도 포기 못하는데 어떻게 너를 포기하냐!”
아들은 보일락말락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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