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대화 그리고 치유]4 *김중원 옮김

제 4 장, 거인같은 우리들의 정서

폰 프란츠는 조절 못한 정서와 감정은 거인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서와 감정은 거인처럼 우리들을 집어삼키려고 위협하므로, 위험스럽고 파괴적입니다. 또한 조절 못하는 정서들에는 거인처럼 약간 어리석은 면이 있습니다.

 

거인은 세계각국의 신화에서 공통적으로 나옵니다. 아주 늙고, 사람이 만들어 지기 전에 신이 창조한 신비한 존재입니다. 처음에 신은 거인을 볼품없고 완전치 못한 형태로 만들었지만 거인을 만든 경험을 토대로 인간을 만들었습니다. 북유럽 신화에는 거인이 신보다 먼저 창조되었으며, 불의 거인이나 얼음 거인으로 나옵니다. 대부분의 신화에서 거인들은 파괴적이고 위험한 존재로 나오지만 다행히도 거인들은 어리석어서 영웅들에 의해 압도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의 타이탄 중 한 명인 프로메테우스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주는 유익한 존재도 있습니다.

‘병 속의 영혼’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젊은이가 숲 속을 지나는데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려서 살펴 보니 병 속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그래서 병 마개를 열어 주었는데 거대한 도깨비같은 존재가 나와서 젊은이를 집어 삼키려는 것이었습니다. 이 젊은이는 그 도깨비에게 너는 다시 병 속에는 못 들어 갈 거라며, 그런 능력은 없을 거라며 놀리듯 이야기 했습니다. 그 도깨비는 자존심이 상해서 다시 병 속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 주었고 젊은이는 재빨리 병 마개를 닫았습니다. 그러자 도깨비는 살려달라고 다시 애원을 했고, 젊은이는 자신의 부하고 되어준다면 살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젊은이는 힘센 부하를 두게 되었고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폰 프란츠는 조절 못한 정서와 감정은 거인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서와 감정은 거인처럼 우리들을 집어삼키려고 위협하므로, 위험스럽고 파괴적입니다. 또한 조절 못하는 정서들에는 거인처럼 약간 어리석은 면이 있습니다. 어린아이든 성인이든, 감정에 압도되면 거인의 영향처럼 사소한 문제를 커다랗게 만들기도 합니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뜨거운 분노는 개인적인 분풀이이지만 차가운 분노는 낯모르는 사람도 냉혈한처럼 해치기도 합니다.
이러한 거인같은 정서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의사소통에 방해가 됩니다. 캐치볼 놀이에서, 공을 주고 받되 상대가 받을 수 있도록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맞도록 던지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정서는 전염성이 있어서 우리가 강렬한 정서 속에서 의사소통을 시작하면 상대도 비슷한 정서를 느낍니다. 분노는 분노를 낳고 사랑은 사랑을 낳게 하며, 거인은 또 거인을 만듭니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우리가 거인같은 정서에 휩싸여 있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귀 기울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의 신화 이야기처럼 거인이 아주 창조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커다란 정서 속에서 위대한 업적을 수행하고 창조적인 일을 성취하기도 합니다. 병 속의 영혼처럼 더 이상 압도당하지 않고 인격으로 인정하여 거대한 정서로 하여금 일을 하게 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거인 같은 정서가 모두 억제되거나 제거돼야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정서가 잘 표현되고 잘 들어주며 잘 이해된다면 보다 건설적인 에너지로 쓰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의사소통과정에서 감정에 압도당하거나 억눌리지 말고 느낌을 표현해야 합니다. 신화 이야기에서처럼 거인을 다루어야 하고 의식적으로 거인의 부정적인 면을 극복해야 합니다. 바꿔말해, 자아는 지성을 훈련해야하고 정서, 즉 느낌에 눈멀어서는 안됩니다.

거인과도 같은 정서가 의사소통에 방해가 되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번째 단계는 정서를 인식하고 “냉정하게”되는 것입니다. 상대가 커다란 분노로 우리에게 왔을 때 그 정서는 인식하되, 보다 여유있고 자신만만하게 대처한다면 상대의 욕구에도 반응해 줄 수 있으며, 화난 느낌을 먼저 귀담아 들어주어 대화 할 기회도 많아질 수 있습니다. 앞 장에서 말한 것처럼 상대의 분노를 귀담아 들어주고 댓가를 바라지 않는 것은 선물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나, 어려운 상황에서 성숙한 반응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자신이 더 성숙해 질 수 있습니다.
물론, 나에게 분노가 일어났을 때 상대방이 귀 담아 들어주는 성숙함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그럴때는 스스로 감정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며 냉정해져서 먼저 처리한다면 그 거인같은 감정이 우리를 삼키지 못하며 의사소통의 장애도 되지 못할 것입니다.

두번째 방법은 정서와 느낌을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러기위해 화를 나게하고 불안하게 하고 패배감을 느끼게 한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 노트에 기록해 두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자아를 강화시켜 주는 데 도움을 줍니다. 노트에 정리함으로써 거인을 더 조심스럽게 그리고 정확하게 다룰 수 있게 되며 다른 사람에게 덜 위협적이 됩니다.
또한 객관적인 사람, 즉 상담가나 성직자 또는 친구와 자기 느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훌륭한 경청자로서 객관적이며 나름대로의 경험으로 나쁜 충고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트에 적어보는 것은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동일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마지막으로 감정이 아주 복받칠 때는 편지를 쓰는 것입니다. 편지에는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을 자세하게 설명 할 수 있고, 상대방은 우리가 쓴 메시지에 개인적으로 반응을 보이고 그 내용을 소화시키고, 그래서 창조적인 반응을 보일 기회가 되기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상대가 우리에게 반대하고 대항할 무기로 사용될 수도 있으므로 상대가 믿음직스러운 사람일 경우에 쓰면 좋겠습니다. 즉, 상대가 나와 의사소통을 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진심을 담아 편지를 쓸 때 우리 스스로도 내 감정을 돌아볼 수 있으며 그 정서가 상대에게도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참고문헌 : [만남, 대화 그리고 치유], 하나의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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