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위한 자격을 갖춘다는 것?!

결혼을 위한 자격을 갖춘다는 것?!

진짜 행복한 결혼생활이란 무엇이며, 그것을 위하여 예비부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결혼이란 무엇인가? 결혼의 개념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헤겔에 따르면 결혼은 인륜적 관계이다[『법철학』 161절 「보론」]. 여기서 인륜적 관계라는 의미는 결혼이 사랑이라는 감정적인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의미이며, 단순히 인류의 종으로서 보존을 위한 성적, 신체적 관계는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헤겔 사전의 저자 중 사토 가즈오는 결혼은 이상과 같은 생각과 정서적 영역의 모든 것을 포함하면서도 사랑과 신뢰를 토대로 생활 전체를 공동으로 영위하는 관계에서 성립하는 사회적으로 승인된 관계라고 주장했다.

결혼을 고려하고 있거나, 결혼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면 이러한 철학적, 사전적 의미를 토대로 결혼에 대한 자신만의 의미를 또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어차피 결혼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속한 사회의 한 제도를 따르기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 결혼에 대한 의미가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결혼의 객관적인 의미와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을 앞둔 모든 예비부부는 결혼의 의미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결혼식 준비로 매우 바쁘다. 일명 ‘스드메’라고 하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과 각종 예물이며, 신혼살림 준비로 스트레스에 시달릴 정도로 바쁘다. 너무 바빠서 정작 중요한 결혼에 대한 의미를 진중히 생각한다거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진짜 준비를 할 시간은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진짜 행복한 결혼생활이란 무엇이며, 그것을 위하여 예비부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진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서로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손가락질 하며 비난할 만 한 일을 저질러도, 나의 배우자는 무조건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내 편은 나를 비판하지 않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내 얘기를 먼저 들어보고, 그런 행동을 하게 된 내 마음을 이해하고 수용해준다.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야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관계 내에서, 환경으로 인하여 벌어지는 시련과 도전에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저자가 상담 장면에서, 혹은 일상에서 만난 많은 부부가 함께 사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결혼을 하기만 하면 저절로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예비부부들이 많은가보다.
그럼 이 세상에 하나 뿐인 내 편, 네 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결혼을 위한 자격증 과정이 있으면 어떨까? 이 과정을 통과해야 결혼이 허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매우 특별하고 어렵거나 전문적인 과정은 아니어야 한다.

이 과정의 첫 번 째 단계는 “나를 사랑하기”이다.
“나를 사랑하기” 과정명은 매우 상투적이고 모호해 보이지만, 결혼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이 과정에서는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나는 어떤 부모를 만나서, 어떻게 자랐으며, 지금 어떤 사람이 되어 있는지를 알아내는 작업을 하면서 자기 내면의 강점과 취약점, 독특성을 파악한다. 자신의 애착의 유형, 자기 고유의 삶의 가치를 알아낸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대상에게 관심을 갖고, 사소한 것이라도 알아내려고 한다. 이 과정은 사랑하는 대상을 타인이 아닌, 자신으로 삼는 과정이기 때문에 과정명이 “나를 사랑하기”이다.

이 과정이 결혼 자격 과정의 첫 번째 단계인 이유는 나를 있는 그대로 알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배우자를 진정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면의 힘을 갖게 된 성숙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다음 단계는 “파트너를 이해하고 수용하기”로 연결되어진다. 이 과정은 그 사람의 외모는 어떻고, 집안 배경은 어떻고, 직업은 무엇이고, 경제력은 어느 정도이고, 성격은 대충 이런 것 같고, 내가 좋아하는 어떠한 면이 있고…… 등의 차원을 알아가는 과정이 아니다.
자기 내면을 자상하게 들여다보았듯이, 파트너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인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하여 자기세계를 파트너에게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초대하고, 나도 상대방의 세계에 초대될 수 있다.

진짜 행복한 결혼 생활은 사랑하는 감정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외적인 조건이 맞으면 되는 것도 아니다. 배우자와 진정한 한 편이 되어야 한다. 한 편이 된다는 것은 정서적 유대감과 신뢰감이 형성된 관계라는 의미이다. 그런 관계 형성에 실패하면 그저 형태만을 유지하는 결혼생활을 하거나, 그런 부부관계에 지쳐서 결국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실제로 많은 부부들이 알맹이 없이 형태만 유지하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이 형태 뿐인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부부상담을 신청하는 부부가 자신들의 문제를 외면한 채 살아가는 부부보다 건강하다. 이 세상에 나의 세계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단 한 사람, 어떤 일이 있어도 내 편이 되어 줄 단 한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된다는 것은 진정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행복을 만나기 위하여 진짜 필요한 과정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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