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주제 9. 타인의 평가가 진짜 “나”인 줄 알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외부의 평가에 자신을 맡긴 채 살아간다. 하지만 타인의 평가가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좀 더 쉽게 그 평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상담을 하면서 “나는 ‘나’를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을 하면 많은 분들이 당황한다. 대부분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타인이 나를 보는 시각과 평가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서,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해 볼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어야 하는데, 타인의 시선과 평가만 믿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그리고 내면이 우울한 경우에는 타인의 긍정적 평가보다는 부정적 평가를 신뢰하며 자기 비하에 빠지기도 한다.
얼마 전 한 내담자가 이직 준비를 하느라 자기소개서를 수정해야 하는데, 계속 미루게 된다고 했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이전 직장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거기서 받았던 부정적 피드백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서, 자기 능력을 드러내야 하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던 것이다. 상담 과정에서 이전 직장에서 자신이 실제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니, 그 부정적 피드백들이 정확한 사실이 아닌 왜곡과 오해에에 의한 것들이었음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 발견을 통하여, 내담자는 ‘그동안 자신을 나쁘게 본 사람의 시각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마법에서 풀려나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마녀의 저주는 바로 그것을 믿고 있었던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도 했다. 알고 나니,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고 했다.
성장과정에서 부모님의 부정적인 평가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경우에도 부모의 평가대로 자신을 받아들인다.
그동안 타인을 만나면 자신을 억압하고 상대방한테 맞추려고 애써왔던 어떤 내담자는 부모로부터 “넌 너무 까다롭고 예민하니까, 너한테 맞는 짝을 만날 수 없을 거야. 그러니까 상대방한테 참고 맞춰야 한다.”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이 까다롭고 예민하기보다는 섬세하고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부모님이 부여한 역할 연기에서 벗어난 듯하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외부의 평가에 자신을 맡긴 채 살아간다. 하지만 타인의 평가가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좀 더 쉽게 그 평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우리는 각각 서로 다른 시각과 가치기준을 갖고 있다. 그래서 타인을 보는 관점이나 판단 기준 또한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간단한 예로, 아침 일찍 일어나서 활동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늦게 일어나서 활동하는 사람을 보며 게으르다고 말한다.
이전 경험에 의한 마음의 상처 역시 타인을 보고 느끼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를 힘들게 했던 직장 상사나 가족과 외모나 성격이 비슷한 타인을 만났을 때 거리를 두려고 하거나, 긍정적 관계 형성이 어려운 경우가 그러하다.
이처럼 우리가 타인의 관점과 평가를 무조건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고 충분하다.
상담 과정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타인의 시선과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내담자들을 보면 참 기쁘다. 물론 삶의 모든 영역이 그러하듯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마치 마녀의 저주에서 풀려난 듯, 원치 않는 역할에서 벗어난 듯 삶의 긍정적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