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대화 그리고 치유]6 *김중원 옮김

 

제 6 장, 프로테우스의 문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테우스는 바다의 신으로 변화무쌍하게 둔갑할 수 있으며 예언력을 가졌습니다. 또한 진실만을 말합니다. 그는 그가 원하는대로 사자, 용, 물, 불, 나무 등으로 둔갑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그에게 질문을 하면 그는 대답대신 둔갑을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테우스는 바다의 신으로 변화무쌍하게 둔갑할 수 있으며 예언력을 가졌습니다. 또한 진실만을 말합니다. 그는 그가 원하는대로 사자, 용, 물, 불, 나무 등으로 둔갑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그에게 질문을 하면 그는 대답대신 둔갑을 합니다. 그러면 질문한 사람은 놀라거나 낙담합니다. 그러니 대답을 듣고 싶다면 제 모습으로 돌아올 때까지 단호하고 끈질기게 질문을 이어가야 합니다.
사람들도 두 가지 상황에서 프로테우스처럼 변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황하거나 고통스러운 것에 대해 대화해야 할 때이거나 말하고는 싶지만 책임은 지고 싶지 않을 때 입니다.

프로테우스같은 변신의 한 방법은 “화제바꾸기”입니다.
가령, 어떤 부인이 침실벽지를 푸른색으로 하고 싶다고 했는데 남편이 노란색을 사왔습니다. 그래서 서운한 마음에 “왜 내 생각을 고려해주지 않았느냐”고 말하자 남편은 “당신은 지난 주에 내가 부탁한 00을 다 잊어버렸지? 내 기분이 어떤지 알아?”하고 대답해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대부분 일단 변명이나 남편의 물음에 답을 하게 됩니다. 그러고는 불쾌한 기분에 이전에 느꼈던 불편했던 다른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남편은 새로운 건에 대해 당신이 얼마나 불필요한 말을 하는 지에 대해 나무랍니다. 대화는 악화되어 갑니다. 이런상황에서 부인은 억울함을 느끼게 되며 남편은 대화에서 이겼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이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화의 본질을 점점 비껴가서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 우리의 그림자 (우리 성격의 약하고 어두운 면)를 건드리면 누구든 영리하게 회피해 버립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는 남편이 회피하지 못하도록 대화하고 싶었던 것을 분명하게 마음 속에 새겨둬야 했고, 첫번째 화제가 끝나기 전에 다른 화제로 전화하는 것을 거절해야 했으머 남편이 회피하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했습니다.
물론 남편과 부인의 입장이 바뀔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또다른 회피 방법은, 숲 속에서는 새가 늘 울듯이 자신이 숲 속의 새인냥 말하는 것입니다. 말 하려고 하는 진정한 의미를 교묘히 감추고 빗대어 말함으로써 책임감 없이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려는 방법입니다.

A씨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불행했습니다. 그래서 이혼을 했는데 다행히 좋은 사람을 다시 만났습니다. 새로운 남편은 자상했으며 경제력도 좋아서 A씨가 일을 하지 않아도 넉넉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남편또한 자신만을 사랑해주고 헌신해주는 A씨에 대해 무척 흡족해 했습니다.
A씨의 친정엄마 역시 이혼을 해서 혼자 살아가는데,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 친정엄마는 때때로 일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싫었습니다. 물론 친정엄마는 딸에게 이런 것에 대해 직접 말하지 않았습니다. 상황도 성격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만난 모녀는 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물론, 네 삶과 내 삶은 다르다!” (다르다를 강조하면서)하고 말했습니다. 딸인 A씨는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마치 목에 가시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평범한 대화가 음울하게 되고, 엄마를 만난다는 밝은 기대감이 우울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어 입을 다물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회상을 했습니다. 어린시절에도 이런 비슷한 대화들이 기억났습니다. 어머니가 직접 표현하지 않았지만 ‘네 삶과 내 삶은 다르다’에는 너는 편안하게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살면서 행복하게 지내지만 나는 불행하게 지낸다. 너는 효도도 모르니?’와 같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친정어머니는 스스로 이겨낼 수 없는 실망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며, 자신의 비참함이 딸 때문이라고 덮어 씌우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숲 속의 새”입니다.
숲 속에 새를 확인하려면 숲으로 직접 들어가야합니다. A씨는 상황을 피하지 않고, 불필요한 죄책감도 갖지 않기 위해 되물었습니다.
“어머니와 내가 사는 것이 다르다는 말씀은 어머니는 힘들고 고생하며 사시고 저는 편안하게 산다는 말씀입니다. 그것에 뭔가 잘못된 것이 있습니까?”
터놓고 얘기 한다는 것은 어쩌면 앞이 캄캄하고 두려운 것이지만 그것만이 그림자에 일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방식의 태도로 남을 조절하는데, 이것은 자신의 음울한 생각과 실망을 직면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덮어씌우는 것입니다. 물론 딸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고, 딸이 잘 사는 것에 대해 기쁜 마음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이 먼저 보입니다.
이럴때 딸은 불행하고 죄책감 않은 어린 소녀가 되지 않겠다는 결심이 필요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화제 바꾸기”를 잘하고, 여자는 남자보다 “숲 속의 새”를 잘합니다.
그리고 남녀모두 잘하는 프로테우스는 “그렇게 느껴서는 안돼”입니다.
이것은 느낌을 생각으로 바꾸고 대화를 논쟁으로 바꿉니다.
예를들면, 집에 놀러온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남편이 퇴근했는데도 모르고 있다가 남편이 처제에게만 신경쓰고 자신에게는 관심도 두지 않아 섭섭했다고 느낌을 말하자 아내는 즉각적으로 남도 아닌 동생인데 “그렇게 느껴서는 안돼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 아내가 아들을 나무라고 있는데 남편이 끼어들어 나무라자 부인이 자신이 무시당하는 느낌이라고 했더니 남편이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지, 우리 가족은 솔직하고 개방적이잖아. 각자 하고싶은 말을 하는 건데 그렇게 느끼면 안되지”라고 말하는 겁니다.
이와같이 느낌을 생각으로, 감정에서 논쟁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이 경우 언어구사력이 좋지않은 사람은 반박도 못하고 적개심이나 자기비하감을 갖게 됩니다. 이 방법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정서적인면에서 불안정한 사람입니다.
또 사고는 높이 평가되고 느낌은 낮게 평가되는 문화권에서는 더 많이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느낌은 관계에서 일어나는 사실들이므로 논리나 논쟁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방어적일 필요가 없습니다. 느낌을 자진 사람이나 의사소통을 하려는 사람 모두 느낌은 교류되고 직면되어야 합니다

프로테우스처럼 변신하는대화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일어나는가를 지켜보고 알아채야 합니다. 즉 대화 속에서 화제가 전환되었는지, 빗대어 말하고 있는지, 느낌이 생각으로 바뀌어 이야기 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지 않으며 때때로 대화를 더 잘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만남, 대화 그리고 치유], 하나의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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