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모욕을 주지 않고 화내기
일상적인 생활에서 분노는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이다. 그런데도 우리 부모들은 아이에게 분노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아이들 또한 분노를 드러내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교육받으며 자란다.
모욕을 주지 않고 분노를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인간 본연의 성향이나 몸에 배어 있는 습관을 거슬러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으로, 또 건강한 자아를 가진 아이로 양육하려며 모욕을 주지 않고 분노를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 간혹, 그냥 억누르고 참는다는 부모도 있다. 그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살다보면 화나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 화남을 무작정 참는다면 언젠가는 그 억눌렸던 감정이 더 크게 폭발할 수 있다. 따라서 분노를 덮어놓고 억누르기보다는 건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의해야 할 점은 분노를 표출할 때 분노와 앙갚음이라는 적대적인 물결이 일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어쩌면 새로운 언어를 터득해야 한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분노는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이다. 그런데도 우리 부모들은 아이에게 분노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아이들 또한 분노를 드러내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교육받으며 자란다. 자신의 어린시절을 돌이켜보면, 동생에게 화를 내거나 친구 등 주변 사람에게 화를 내면 부모는 아마도 참으라거나 화를 내면 안 된다고 교육했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감정이 비정상적인 감정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첫 번째 단계는 분노의 감정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격한 감정들의 힘을 인정하고 존중하되, 그 거센 기세의 방향을 전환 시켜 격렬함을 완화해야 한다.
아이들은 식사시간이 되어 부르면 대답도 없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엄마는 당연히 화가 난다.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 식어버리고, 무시 받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칭찬은커녕 울화통이 터지는 것이다.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보고 있는 것을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또한 느낌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어떻게 해야할 지 알려 주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공격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저녁 먹으라고 불러도 대답이 없을 때는 정말 분통이 터지더라. 화가 나서 미칠 것 같고, 속이 부글부글 끓어. 엄마 혼자 중얼거리고 있어. 맛있게 요리해 놓았는데 칭찬을 받기는커녕 울화병이 생긴다고.”
또 방이 너무 어질러져 있으면 치워주다가도 화가 치밀 때가 있다. 어떤 엄마는 이런 모습을 네 남자친구(혹은 여자친구)가 봐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그러면 아이는 즉각 자신의 분노를 표현할 것이다. 그럴 때도 “네 방에 널브러져 있는 음료수병들과 어질러져 있는 옷들을 보면 엄만 화도 나고 기분도 나빠. 치워주다가도 치우기 싫을 때도 많다고. 네 방은 네가 좀 정리하고 청소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면 좋겠다.
친구들 (혹은 이성 친구)와 놀다가 12시까지 돌아오겠다고 한 아이가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들어왔다. 그러면 부모들은 당연히 화를 내고 심지어 다시는 늦게까지 놀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할 것이다. 그렇게 화를 내고 야단을 치는 이유는 너무 걱정됐었기 때문이다. 그걸 그대로 표현하면 좋겠다.
“약속한 시간에 네가 오지 않아서 어찌나 걱정이 되던지, 죽는 줄 알았어.”
“우리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넌 상상도 못 할 거야.”
“어찌나 화가 나는지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야. 우릴 그렇게 내버려 둔 것은 온당치 못한 행동이야. 늦을 거 같으면 전화를 해.”
“지금 기분이 착잡해. 네가 무사히 돌아와서 마음이 놓이긴 하지만 어쩜 그렇게 늦게 올 수가 있니. 정말 화가 나.”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도 잘못을 인정하고 다음번에 그러지 않겠다고 먼저 이야기할 것이다.
습관적으로 터져 나오는 분노를 바꾸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언어나 방법을 익히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노력과 수고, 결단이 필요하다. 부모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다. 아이는 부모의 노력을 알게 되고, 자신도 그런 모습의 부모가 되려고 할 것이다.
친구에게 화가 나서
화가 났다고 털어놓자, 화가 사라졌다.
원수에게 화가 났지만
화가 났다고 말하지 않았다. 화는 커져만 갔다.
-윌리엄 블레이크-
참고서적, [부모와 십대 사이], 양철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