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함께 변화하는 부부(커플)의 사랑
부부(커플)이 인생의 모든 변화의 과정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배우자가 변함없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것이다. 내 편이 되어주고, 내 마음을 알아주고, 지지해주고 위로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이 새로운 단계로 이행되면서 부부의 유대관계는 새로워지길 요구 받는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즐겁고 행복한 상태에 머물러 있기를 꿈꾼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 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부부(커플)의 사랑은 시간과 함께 변화하기 때문이다. 인간 관계는 지속적으로 환경과 관계 내에서 벌어지는 변화와 역동에 반응하며 살아 숨 쉬는 유기체와 같다.
새로운 과학의 발견들은 장기적인 인간관계가 각각의 특징이 있는 단계를 거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매우 안정적이고 평온한 관계의 부부(커플)조차도 흔들리게 하는 결정적인 위기가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있다. 그 첫번 째 단계는 온마음을 빼앗기는 시기, 두 번째는 공식적인 유대관계를 맺는 시기, 세 번째는 부모로서 부부기, 네 번째는 성숙한 사랑을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계의 변화는 부부(커플)들의 친밀감과 유대 관계에 어려움을 경험하게 하는 위기 상황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부부(커플)들은 유대 관계를 재형성하거나 새롭게 해야 한다.
1. 온 마음을 빼앗기는 시기
우리에겐 애착에 대한 갈망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랑을 시작할 때 서로에게 정신이 나가고 집착하게 되기도 한다.
관계가 싹트기 시작할 때 우리는 “이 사람도 나를 원하는 걸까? 거절당하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들을 한다. 이러한 갈망과 걱정으로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상대에게 다가가 친밀감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걱정은 상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 줄어들고, 상대방은 점점 존 볼비가 말한 ‘그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간다.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처음에는 서로를 싫어하다가도 함께 악당을 물리치고 서로에게 위로와 보호막이 되어주면서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처럼 위협은 종류에 상관없이 위로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위로하는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애착 체계를 발동시키기도 한다.
2. 공식적인 유대관계를 맺는 시기
결혼은 두 가지 이유로 서로에게 정신적 헌신을 가능하게 한다.
결혼으로 공식적으로 부모로부터 배우자에게로 애착이 전이된다. 또한 애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걱정과 불안이 낮아지고 장기적으로 부부의 사이에 유대 관계가 자랄 수 있게 한다. 가족과 친지들을 초대하여 결혼식을 행하는 것은 상대방을 사랑하고 그와 가족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신혼부부들은 문제나 걱정을 최소화하려 하고 상대방의 모진 말이나 행동을 넘기며 새로운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둔다.
하지만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 아닌 웨딩드레스, 결혼식장 등등의 형식에 집중해서 갈등을 겪는 예비 부부를 보면 참 안타깝기도 하다. 심지어 부부상담에서 10년을 넘게 부부생활을 한 부인이 결혼준비를 하다가 시댁에서 받았던 상처를 호소하기도 한다.
과거에 결혼에 관한 기대들이 부를 유지하고, 힘을 얻고, 재정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동맹이었다면 지금 결혼은 무엇보다 부부가 아주 특별한 유대를 만들어가는 헌신으로 여겨진다. 워싱턴의 퓨 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의 결혼 동기는 ‘가족부양’에서 ‘정서적 지지’와 ‘우정’으로 바뀌었다.
많은 연구에서 부부가 불안정하게 애착을 형성 할수록 관계는 오래가지 않고 이혼 가능성은 높아지게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결혼의 붕괴를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부부 갈등이 아니라 ‘부부의 정서적 반응의 부재’인 것이다.
3. 부모로서 부부기
부부가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된다는 것이 더욱 완전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부부의 결혼만족도는 급감하기도 한다.
부부들은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잠을 못 자고, 할 일이 많아지고 아이양육 방식 때문에 많이 싸우기도 하기 때문이다. 배우자 중 가정 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쪽은 가족의 경제적 부양에 대한 책임감을 심각하게 느끼고 자신을 일터로 몰아넣기도 한다. 아이의 주양육자인 쪽은 우울감, 만성피로를 호소하기도 한다. 결혼만족도는 아이가 태어난 후 1년 사이에 급격히 떨어지는데,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부모가 된 부부는 친밀한 관계와 성생활을 위한 에너지가 고갈되기 때문이다. 이는 호르몬의 영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시대에 부모가 된 부부들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부모가 된 부부들보다 결혼만족도가 두 배나 낮은데, 이는 정서적 결합이 결혼 생활에서 핵심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시간이나 친밀감 등에 더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부부가 부모가 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서로에게 안정애착을 형성하는 것이다. 안정애착은 부부가 이러한 변화의 시기나 사건에 대처하는 능력과 관계를 새롭게 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높여준다.
4. 성숙한 사랑을 하는 시기
자녀들이 독립해 부모 곁을 떠나는 시기로, 이 시기는 어떤 부부에게는 고통이 없는 긍정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이 시기를 부부관계를 재조명할 기회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또 어떤 부부들은 이 시기에 비통함과 상실감을 느끼고, 우울증과 부부 갈등을 겪으면서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한다. 자녀들이 부모 곁을 떠나게 되면, 드러나지 않던 부모의 부부 사이의 정서적 거리감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부모로서만 주로 연결되어 있었던 부부는 부모 역할이 상실되고 자녀와의 친밀감이 사라진 상황을 대처하는 데 있어서 상대방에게 다가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줄 능력이 없다. 이들은 서로에게 안전한 안식처가 되지 못한다.
안정애착을 형성한 부부들은 부모 역할의 상실의 시기를 서로 돕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면서 잘 감당한다. 이들은 이 시기를 둘 사이의 유대를 확고하게 하는 기회로 삼고, 안정애착이 주는 힘으로 새로운 삶의 단계로 순조롭게 전진한다.
안정애착은 부부가 은퇴나 질병 등의 급성 위기를 맞이했을 때에도 매우 중요하다. 배우자와의 애착은 부부에게 질병이 찾아왔을 때 완충제 역할을 한다.
연구에 의하면, 정서적으로 잘 반응하는 배우자와 사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높고 우울증과 불안 수준이 낮다. 걱정에 귀 기울여주고, 사랑받는 느낌을 주는 배우자가 있다는 것은 옷의 단추를 끼워주고, 신발 끈을 묶는 것을 도와주는 것보다 훨씬 더 정신 건강상태를 좋게 한다.
말기 암 투병 중인 부부 중 ‘정서중심적 부부치료’를 제공받아 배우자와의 유대를 강하게 만들기 위한 도움을 받은 부부는 그들의 증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편안하게 대화 했다. 암투병 중인 환자들은 배우자가 그들을 더 경청하고 이해하고 수용하고 돌본다고 느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안정적 애착은 배우자와 사별했을 때, 애도의 감정을 잘 다룰 수 있게 해주고 정신적인 외상의 증상을 덜 겪게 한다. 그리고 남은 생 동안 홀로 잘 살아가도록 자양분이 되어 준다. 배우자와의 행복했던 시간, 서로 나눴던 사랑을 기억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힘과 위로가 될 수 있다.
부부(커플)이 인생의 모든 변화의 과정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배우자가 변함없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것이다. 내 편이 되어주고, 내 마음을 알아주고, 지지해주고 위로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이 새로운 단계로 이행되면서 부부의 유대관계는 새로워지길 요구 받는다.
그 해답은 부부가 서로에게 안정애착을 형성하여 정서적 유대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의 중요한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부부의 삶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것이다.
사랑은 결고 자연사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의 근원을
어떻게 다시 채우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사랑을 끝내게 된다.
사랑은 무지, 오류, 배신, 질명, 상처, 권태, 변색으로 인하여 막을 내린다.
사랑은 결코 자연사하지 않는다.
– 아나이스 닌 Anais Nin –
참고서적
Sue Johnson, 우리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2015, 지식너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