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내용은 생각지도 못한 소재 편지대필.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기 어렵다했나.
나는 문구점을 그냥 지나가는 게 어렵다.
외국에 여행을 가도 문구점은 꼭 들른다.
어릴적부터 그랬다. 새해, 새뱃돈을 받으면 곧바로 달려간 곳이 문구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문구는 팬시류보다는 필기류다. 필기감이 좋은 펜엔 사족을 못쓰고,
예쁜 편지지나 다이어리, 작은 메모장을 좋아한다.
언젠간 쓰려고 사다놓은 미니 노트는 지금도 10여 권의 새 것이 집에 있다.
이 책은 제목에 ‘문구점’이 있어서 무작정 구입했다.
내사랑 문구점이 어떻게 이야기가 될지에 기대가 됐다.
내용은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소재였다. 편지대필.
편지대필이라면 사춘기적, 친구의 부탁으로 내가 대신 써 준 고백편지가 다 였다.
여기서는 다양한 사연의 대필내용이 주요한데, 대필을 위해 먼저 의뢰인의 사연을 듣는다.
재미있고 신기했다.
첫번째 대필 의뢰는 조의 편지였다. 이웃에 사는 부부가 아들처럼 아꼈던 원숭이가 죽어 장례를 치르는데 부조금과 함께 편지를 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주인공 포포는 예를 갖추어 편지를 쓴다. 평소와 달리 먹을 반대방향으로 갈고, 눈물이 섞였다는 의미로 먹물색도 연하게 쓴다. 불경스러운 몇몇 단어는 피한다.
또한 그 편지를 진심으로 써주기 위해 자신의 슬픔들을 다시 상기한다. 편지지도 하얀 두루마리를 쓰고, 봉투도 일반적으로 쓰는 겹봉투가 아닌 불행이 겹치지 말라는 의미로 한 겹 짜리를 사용한다.
참 세심하다고 느껴졌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절연장의 대필이었다. 처음 의뢰를 받았을 때 얼마나 황당했을까? 다시 묻는다 “그건 그러니까 상대방과 절교한다는 말인가요?” 그러고선 의뢰인의 사연을 듣는다. 오랜동안 절친으로 지내온 사이이지만 재단가위로 싹둑 자르듯, 도끼로 휘둘 듯 단번에 끊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연을 듣고 일상을 보낸뒤 저녁에 편지를 쓰기위해 자리한다.
이 의뢰에서 중요한 것은 종이. 쉽게 찢기지 않을 질긴 종이로 양피지를 고른다. 양피지에는 충영 잉크로 써야하고 충영잉크는 만년필을 사용할 수 없어 깃털 펜을 써야한다. (그렇게 고른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
준비를 마치고 주인공 포포는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 거울글씨로 쓰기로 마음먹고 연습한다.
그렇게 준비를 하는 과정과 의뢰인과 나눴던 이야기에서 사실은, 그의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두 사람을 강하게 묶어두었던 우정이라는 이름의 끈. 하지만 익숙하고 타성에 젖어 상처를 주고 받는데도 모르니 한 쪽에서 끊지 않으면 안 되었고, 의뢰인은 상대를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절연장을 의뢰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 자기쪽에서 단번에 끊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상반된 두 개의 감정이 서로 부딪히고 있는 것, 상반된 그 마음을 거울 글씨로 전하고 싶었다.
모든 대필편지는 이렇듯 세심하게 듣고 충분히 공감한 후 정성을 들여 준비해 완성하여 발송한다.
문득, 마음이 따뜻하고 세심하며 글재주가 있는 사람이 이런직업을 갖는다면 의뢰인들이 마음의 평정을 찾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이외, 일상적 이야기들은 마치 잔잔한 드라마같이 어디나 있을법한 이야기들이다.
또 이 책을 읽고나면 이곳을 여행하고 싶어진다. 주인공의 동선에 따라 동네 주민처럼 맛있는 카레집도 가고 커피숍에도 들르고 싶어진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깊이 공감해주는 내용에 마음이 따뜻했다. 사람은 이렇듯 누군가와 마음을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살 때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더쓰기 : 개인적으로 동백꽃을 좋아한다. 동백꽃은 화려하고 예쁘면서 꽃이 질 때 더 멋지다. 통꽃이 툭 떨어진다. 꽃잎이 흩날리고하는 일이 없다. 왠지 아름다우면서도 강단있는 여인네 같은 느낌이다. 츠바키가 일본어로 동백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