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외도, “위기”를 “기회”로 바꾼 부부

배우자의 외도, “위기”를 “기회”로 바꾼 부부

부부의 관계획복을 위해서는 외도를 한 쪽이 크게 후회를 하며, 관계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자 하는 마음상태라는 것은 부부상담에서 관계 회복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하지만 외도에 대해 배우자에게 크게 미안해하지 않는다거나, 오히려 상처 입은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부부상담이 진행되기 어렵고, 따라서 부부관계의 회복 역시 쉽지 않다.

 

부인 소극은 참담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남편 바람의 외도 사건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눈물을 터뜨렸다. 고통과 분노가 뒤섞여 있는 울음이었다. 옆에 있는 남편 바람은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소극은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로 인한 고통 때문에 더 이상 이 결혼을 이어갈 수 없다고 했고, 바람은 소극을 떠나서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다고 했다. 바람은 이 결혼을 깨지 않고 이어갈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부부의 관계획복을 위해서는 외도를 한 쪽이 크게 후회를 하며, 관계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자 하는 마음상태라는 것은 부부상담에서 관계 회복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하지만 외도에 대해 배우자에게 크게 미안해하지 않는다거나, 오히려 상처 입은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부부상담이 진행되기 어렵고, 따라서 부부관계의 회복 역시 쉽지 않다.

소극과 바람 부부의 경우는 바람의 진심어린 뉘우침으로 부부관계 회복을 위한 상담진행이 가능했다. 그리고 다행히 고통스러운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고 위로를 받은 소극은 부부상담을 통하여 남편과의 부부관계에서 일어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 부부의 관계의 변화는 아이가 태어나고 소극이 퇴직을 한 후 육아를 전담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소극과 바람은 저녁때마다 마주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 소극은 바람이 회사에서 힘들었던 얘기를 하면 위로를 해주었고, 바람이 잘한 일을 얘기하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것이 바람에게는 살아가는 원동력이었고, 그런 시간들이 너무 좋아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났고 소극은 육아에 지쳐 남편이 퇴근할 때가 되면 지친 상태가 되었으니 부부에게 둘만의 대화 시간은 허용되지 않았다. 물론 바람이 소극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지게 되었다. 그것을 채우고 싶어서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는 바람에게 물었다.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바람님에게는 정말 필요하고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 이유가 뭘까요?” 그러자 한참을 침묵하던 바람은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제대로 인정 받아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자기 마음대로 할 때까지 자신을 괴롭혔던 적이 많았고, 아버지는 항상 자신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인정 받고 싶은 욕구가 큰 것 같다고 했다. 게다가 요새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아서 막막하고 힘든 마음에 와이프한테 더 의지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때마침 업무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일적으로도 의지가 됐고, 마음의 위로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남편은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상담자에게 그것이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닌 그대로 수용되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자 내면에 힘을 얻기 시작하였다.

부인 소극의 아픈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나서 남편의 외도를 남편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부부관계의 어려움에서 일어난 결과로 보자는 설명과 동기부여를 하였다. 부부관계의 문제로 본다는 것은 소극 역시 부부관계가 어려워 진 것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율이 다를 뿐 부부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담자의 제안을 받아들인 소극은 출산 후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와 이제까지 축적되어 왔던 내면의 부정적 정서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하였다. “육아를 전담하기 시작하면서 육아에 지치기도 했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나 자신이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회사 얘기를 하는 남편이 괜히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육아를 도와주지 않는 것도 얄미웠어요.” 상담자는 질문을 더 이어갔다. “그런 심정을 남편한테 솔직하게 표현하셨나요?” “아니요. 저는 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얼마전 부모님 일로 힘들 때도 남편이 내 마음을 좀 더 알아주기를 바랐지만, 그걸 표현하지 않고 금방 괜찮아진 척을 했어요. 생각해보니 남편한테 쌓인 감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소극은 헌신적인 느낌을 받을 수 없었던 어머니한테 어릴 때부터 정서적 거리감을 느껴왔고 자신의 욕구나 불만을 표현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소극이 전반적인 대인관계에서 보이는 자기표현에 “소극적인” 태도로 자리 잡게 되었고, 인정과 칭찬에 목말라 있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그러한 소극적인 태도가 더욱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부부관계에서 소극은 말하지 않아도 남편이 알아주길 바라는 때가 많았지만, 번번이 좌절되는 경험을 하였고, 그 때문에 서운한 감정이 쌓여 결국 남편과 대화를 단절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인정욕구를 채우기 바쁜 바람이 소극의 표현되지 않은 마음까지 살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담 과정을 통해 부부는 자신의 결핍된 부분과 취약점을 스스로 알게 되었고, 이것이 부부관계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부부관계에서의 문제의 원인을 남편의 외도에만 돌리지 않고, 서로의 관계에서의 상호작용 결과로 보게 된 것이다. 이는 배우자의 외도에 대하여 배신감에 압도되지 않도록 돕고, 자아존중감에 상처를 입는 부정적 감정상태로 함몰되지 않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극의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후 부부는 관계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는 시간을 갖기로 결심하고, 소극은 남편에게 자기표현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하였다. 바람은 소극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들어주기 시작하면서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도 많아졌고,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가족애와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가정에서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역할을 함으로써, 가족에게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경험하면서 내면의 충만함과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 소극은 가끔씩 올라오는 남편의 외도에 대한 원망과 부정적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애써야 했지만 남편이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태도에 위안을 얻고 원망을 멈추고 힘을 내어 자아존중감을 회복하기 위하여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했다.

부부관계 역시 인간관계이다. 실수투성이의 한 인간과 인간이 오랜 세월을 타인으로 살다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가족을 이루며 사는 것이니, 그 관계가 지속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는가? 특히 배우자의 외도를 대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그것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이라는 개념으로 대하지 않는 태도이다. 왜냐하면 실수투성이의 인간에게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도를 한 당사자는 다른 실수를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 일을 하게 된 원인을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보고,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찾아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배우자 역시 그 사건에 대한 고통에 대해 당연히 충분한 위로를 받는 것이 우선이지만, 결국은 배우자를 옳고 그름의 잣대로 비난만 하는 태도를 멈춰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결혼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로의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고, 보다 성숙된 인간으로 다시 진솔하게 서로를 만나보는 작업을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 후에 진중하게 결혼 생활 유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결혼이라는 엄청난 선택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태도이다.

– 이 내용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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