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유대감이 잘 형성된 부부이야기 1._그들만의 특별한 ‘로맨틱’

정서적 유대감이 잘 형성된 부부이야기 1._그들만의 특별한 ‘로맨틱’

나는 남편의 행동을 나만의 ‘로맨틱’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하고 싶었다. 그리고 가끔 일상에서 그 각색된 기억을 떠올리며, 남편 옆에서 우리 부부에게 평소에 없는 나만의 로맨틱한 무드에 혼자 머무르곤 한다.

 

나와 남편은 함께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다. 부부 공통의 취미가 스쿠버 다이빙인 이유로 바닷가 휴양지로 자주 여행을 다니는 편인데, 함께 다닌 여행지 중 몰디브를 특별하게 좋아한다. 신비한 에메랄드 빛 바다와 맑디맑은 바닷물 속 물고기, 예쁜 하늘과 구름, 우유 빛깔 백사장, 그와 어우러져 있는 고급 빌라 구조의 리조트 등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몰디브가 ‘로맨틱’ 해서 좋다. 로맨틱함은 나에게 매우 귀하고 특별하다. 평소 우리 부부의 일상에서 느껴보기 어려운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 부부의 관계가 별로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서로 신뢰하는 사이좋은 부부이다. 하지만 평소에는 그 ‘로맨틱’이란 것은 거의 없고, 또 그것에 대한 필요성도 못 느끼며 지낸다. 그러다가 몰디브에 가면 아주 자연스럽게 로맨틱한 무드가 흐른다.
우리의 몰디브 여행 중 두 번째 여행이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있는데, 그 이유는 도착한 첫 날 잊지 못할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건을 매우 로맨틱하게 해석했고 그렇게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다. 왜? 로맨틱 몰디브에서 일어난 사건이니까. 3년 전 내 생일에 맞춰 여행을 계획 했고, 도착한 ‘벨라사루’ 라는 섬은 기대만큼 아름다웠다. 우리가 예약한 아쿠아 빌라는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 위에 위치하고 있었고, 짙은 목조로 된 빌라 침실과 거실은 색감 좋은 고급 가구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커다란 침대 앞쪽으로 탁 트인 바다가 보이도록 큰 창이 나있어, 함께 누워 하늘과 맞닿은 바다를 보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로맨틱했다. 그리고 넓은 발코니에 나가 나란히 팔짱을 끼고 서서 또 그 바다와 하늘을 보고 있으면 자연과 하나가 된 듯 천국에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니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닷물 속에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남편은 스노클링을 하겠다고 얼마 전 나한테 선물했던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발코니와 연결된 계단을 통해 바다로 내려갔다. 물도 잔잔하고 수심도 깊지 않아보여서 구명조끼는 착용하지 않았다. 나는 그 사이 여행 가방을 정리하러 룸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잠시 후에 궁금해서 나와 보니 남편은 빌라와 너무 먼 바다까지 이동해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멀리 보이는 남편이 매우 당황한 것 같은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 설마하면서도 너무 무서웠다. 남편은 스쿠버 다이빙을 곧잘 하는 자격증이 있는 다이버이지만, 정작 수영은 못 하기 때문이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잘 살펴보니, 보기와는 다르게 조류가 거센 바다였고 멀리 갈수록 수심도 깊어지는 것 같았다. 이어서 들리는 남편의 외침, “헬프!” 그때부터 내 가슴은 숨이 막히도록 아프게 방망이 질 쳤고, 온 몸이 심하게 떨려왔다. 룸으로 뛰어 들어가 프론트 데스크에 전화를 해서 구조 요청을 했다. 다시 나와 보니 잠깐사이에 남편은 간신히 보일 정도로 멀리 떠내려가 있었고 스노클링 장비도 벗은 채, 물 아래로 들어갔다 올라 왔다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드라마에서나 봤던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죽는 그런 장면이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다. 더는 그대로 보며 기다릴 수 없어, 밖으로 나가 근처에서 일하던 직원을 붙잡고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그는 신속히 구명 튜브를 창고에서 가지고 나오더니 물 속으로 점프하여 남편이 있는 곳까지 매우 빠르게 헤엄쳐 갔고, 튜브를 씌워 남편을 물속에서 올라오게 해줬다. 그리고 잠시 후에 구조를 위한 배가 도착하여 남편을 태우고 빌라 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그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동안의 내 마음을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을 것 같다. 소중한 사람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에 떨면서도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붙잡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보자고 이성적으로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직원들의 부축으로 남편이 계단을 오르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절뚝거렸고 온 몸은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었다. 살았으니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마음이었지만,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너무 안쓰러워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안도의 울음이기도 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남편은 한쪽 어깨에 나에게 선물했던 그 스노클링 장비를 맨 채로 놓치지 않으려고 꼭 붙잡고 있는 게 아닌가! 도대체 이 사람은 자기가 죽을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서 무슨 정신으로 이걸 챙긴 건지? 남편이 좀 진정된 후에 어떻게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왔냐고 물었더니, “이거 잃어버리면 마누라가 실망할까봐!” 순간,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이런 남편의 행동에 대해 ‘남편은 내가 실망하는 모습을 죽을 만큼 싫어하나보다’, 또는 부정적으로는 ‘나한테 혼날까봐 얼마나 겁이 났으면?’, ‘마누라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혹은 ‘자신이 죽지 않을 것을 알고 마음의 여유가 있었나보다.’ 등의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나는 남편의 행동을 나만의 ‘로맨틱’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하고 싶었다. ‘남편은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조금의 실망도 안겨주지 않으려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장비를 챙겼다고, 더 나아가서 ‘남편은 나를 자기 목숨보다 사랑한다’고. 나는 내 마음대로 각색한 해석으로 기억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끔 일상에서 그 각색된 기억을 떠올리며, 남편 옆에서 우리 부부에게 평소에 없는 나만의 로맨틱한 무드에 혼자 머무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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