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마음 ; 경계선 성격장애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감정조절 장애를 겪는 경계선 성격장애자는 자신에게 나타나는 강렬한 감정과 이 때문에 하게되는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고, 과민하고 과도하게 반응하는 정서반응체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즉, 경계선 성격장애자는 이 둘의 조합 결과로 감정조절장애를 겪게 된다.
경계선 성격장애에서 가장 근본적인 장애는 감정조절장애이다. 감정조절장애는 정서적 유약성에 따라서 형성될 뿐 아니라 부적응적이고 부적합한 감정조율 전략 때문에 발생한다. 경계선 성격장애는 생물사회이론의 관점에서 생물학적인 소인과 환경적 맥락, 그리고 발달과정에서 이 두 요인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발생한다고 본다.
경계선 성격장애로 진단되기 위해서는 대인관계, 자아상 및 정서의 불안정성과 더불어 심한 충동성이 생활전반에서 나타나야 한다. 이러한 특징적 양상은 성인기 초기에 시작하여 다양한 상황에서 일어나며 다음의 특성 중 5가지 이상의 항목을 충족시켜야 한다.
(1) 실제적인 또는 가상적인 유기(버림받음)를 피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
(2) 극단적인 이상화와 평가절하가 특징적으로 반복되는 불안정하고 강렬한 대인관계 방식
(3) 정체감 혼란: 자아상이나 자기지각의 불안정성이 심하고 지속적임.
(4) 자신에게 손상을 줄 수 있는 충동성이 적어도 2가지 영역에서 나타남(예: 낭비, 성 관계, 물질 남용, 무모한 운전, 폭식)
(5) 반복적인 자살 행동, 자살 시늉, 자살 위협 또는 자해 행동
(6) 현저한 기분변화에 따른 정서의 불안정성(예: 간헐적인 심한 불쾌감, 과민성, 불안 등이 흔히 몇 시간 지속되지만 며칠 동안 지속되는 경우는 드묾)
(7) 만성적인 공허감
(8) 부적절하고 심한 분노를 느끼거나 분노를 조절하기 어려움(예: 자주 울화통을 터뜨림, 지속적인 분노, 잦은 육체적 싸움)
(9) 스트레스와 관련된 망상적 사고나 심한 해리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남.
경계선 성격장애의 유약성은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첫째, 정서적인 자극에 매우 예민하다.
둘째, 정서적 자극에 매우 강렬하게 반응한다.
셋째, 정서적인 자극을 받게 되면 평상시의 정서 상태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
감정조절 장애를 겪는 경계선 성격장애자는 자신에게 나타나는 강렬한 감정과 이 때문에 하게되는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고, 과민하고 과도하게 반응하는 정서반응체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즉, 경계선 성격장애자는 이 둘의 조합 결과로 감정조절장애를 겪게 된다.
<감정조절 장애에서의 비수용적 환경의 역할>
감정조절 장애를 형성하는 가장 결정적인 환경은 비수용적인 환경이다. 특히 감정적인 유약성을 지니고 태어난 이들에게 해롭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가정의 경우에는 아이가 울면 부모는 아이에게 “울보짓 좀 그만해.” 라고 말하기 보다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려 하고 달래려고 할 것이다. 또한 아이의 선택권, 예를 들어 방의 색깔, 놀이, 옷 등에 대한 선택권이 존중되고, 아이가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말 할 수 있도록 돕고 그것에 진지하게 반응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감정을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여긴다. 이러한 부모의 반응은 아이에게 자신과 다른 사람의 감정도 잘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한다.
반대로 비수용적인 가족의 가족 구성원은 의사소통을 할 때 자기 마음대로 받아들이고, 행동 반응을 하거나 전혀 조율되지 않은 감정을 표출한다. 무반응적일 때도 있다. 바로 이러한 의사소통 방식 때문에 정서적으로 유약한 아이는 자신의 사적 경험과 주변 사람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험 사이의 괴리를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아이의 개인적 정서 경험과 아이의 주변인(예: 부모)이 그 아이의 개인적 경험을 기술하고 반응하는 방식 간의 불일치는 경계선 성격장애와 같은 행동문제를 만들어 내는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비수용적 환경은 아이가 성장 과정에 필요한 적절한 반응을 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감정의 정상적 표현, 특히 부정적 감정을 적절하게 표출하지 못하게 한다. 마음이 아픈 경험은 무시되고 그 원인을 동기 부족, 자기 규율 부족, 부정적 성격 요인 탓으로 돌려 버리게 한다. 강렬한 긍정적 감정조차도 판단력이나 자기성찰 능력 부족이나 충동성 성향으로 보기도 한다.
또다른 비수용적 환경의 특징은 아이의 요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이의 성에 따라 차별하는 것, 독단적 성향, 그리고 작게는 비난하는 것부터 크게는 신체적 학대, 성적 학대로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처벌을 한다.
비수용적 환경의 영향으로 아이는 자신의 정서반응을 특정한 사건에 대한 정당한 해석으로 받아들이도록 학습되지 않음으로써 정서조절 장애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아이에게 삶의 문제해결방식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도록 하여 아이가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방법을 배울 수 없게 된다.
부정적 감정을 처벌하고 감정이 격화되었을 때만 정서적으로 의사소통이 되는 행동양식을 강화하게 됨으로써 극단적 감정 억제와 감정 폭발이라는 두 개의 극단적 감정 표현양식을 오가는 형태로 구조화된다.
적절하게 비수용적인 태도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데 필요한 신체적인 상태를 갖추고 있으며, 거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우 유용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서적으로 유약한 소인이 있는 아이에게는 매우 파괴적인 영향을 끼친다. 바로 이러한 생물학적 상태와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 때문에 경계선 성격장애가 발생한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보이는 사람의 대략 75% 이상이 아동기에 성적 학대를 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학대 자체 혹은 학대만이 경계선적 성격을 형성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경계선 장애의 발달이 오로지 가족의 역기능성이나 부당성의 결과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경계선 성격장애자들은 사회적 지지가 있고 대인관계의 스트레스가 낮을 때 증상이 진정될 수 있다. 경계선 성격장애는 성격장애 중 가장 많이 진단이 내려지고, 신경정신과 입원 건 중 72%에 해당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증상의 특징인 강렬한 감정, 자해 행위, 극도의 충동 성향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변증법적 행동치료, 도식중심 인지치료, 역동적 지지치료 등의 여러 가지 치료법이 존재한다.
경계성 성격장애 치료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과정이지만 자살사고가 줄어들고 대인관계가 개선되며 불안 및 우울증이 감소하고 삶 전반의 수준이 개선된다. 이 증상에 대한 치료와 회복은 쉽지 않지만 일단 회복이 되면 그 이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경계선 성격장애는 많은 시간적 투자, 자신의 노력 뿐만아니라 가족이나 주변인의 노력이 필요한 치료과정을 거쳐야 하며 인내심을 갖고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증상이다.
참고서적
Marsha M. Linehan, 경계선 성격장애 치료를 위한 다이어렉티컬 행동치료 (2018, 학지사)
Lourie W. Reichenberg, Linda Seligman, 효과적인 치료전략 선택하기 (2017, 시그마프레스)
권석만, 현대 이상심리학 (2017, 학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