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을 보내주신 분께서 연애할 때 지나치게 상대방 눈치를 보는데, 이런 자신이 혼란형이라서 그런지를 질문해주셨는데요. 이 사연자님은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고 너무 사랑하지만, 함께 있을 때 눈치를 보다가 긴장을 할 때가 많아서 고민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어서 기다리다가 만났는데, 만났을 때 남자친구가 조금이라도 덜 웃거나, 표정이 굳어있으면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눈치를 보게 되고, 하고 싶은 게 있어서 함께 하자고 말했을 때도 남자친구가 조금이라도 떨떠름한 반응을 하면 또 눈치를 보면서 괜히 말했나 싶어서 후회하고 걱정을 하게 된다고 하셨는데요.
상대방이 엄청 좋다고 하지 않았을 뿐인데 속으로는 이렇게까지 후회와 걱정을 하고 대화를 하다가 남자친구가 조금이라도 목소리가 커지거나, 화가 난 것 같으면, 과하게 긴장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결혼해서도 계속 이러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남자친구도 그런 자신을 좀 답답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여자친구와 대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고 하셨는데요. 이럴 때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냈을 뿐인데, 상대방이 눈치를 보고 긴장하니까 자신이 무엇인가 크게 잘못한 것 같은 불편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사연자님께서 어렸을 때 엄마와의 애착을 생각해보게 됐는데,내가 혼란형 애착인 것 같아서 남자친구의 반응을 살피면서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자기를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좋은 엄마로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해서 눈치를 보던 기억이 생각났다고 하셨습니다. 엄마 본인의 기분이 안 좋을 때면 갑자기 자기 행동에 대해 트집을 잡아서 자신에게 탓하듯이 화를 냈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 무서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경험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엄마가 너무 좋은데 항상 엄마가 외출하고 들어오시면 엄마의 표정부터 살피게 되고, 엄마에게 선뜻 다가가기가 어렵기도 했던 그 느낌이 기억이 났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자신이 남자친구한테 엄마를 대하는 것처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사연자님은 자기도 모르게 엄마와의 혼란스러운 애착관계를 남자친구와도 반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참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인데, 엄마처럼 나를 혼내지도 않는데 자신이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는데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남자친구가 엄마처럼 나를 무섭게 대하진 않지만,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잘 드러내는 편이여서 그렇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기분이 좋으면 좋은 대로 얼굴표정과 행동에 드러내고, 또 기분이 안 좋아도 표정이나 어투에 그대로 드러내는 편인 거죠. 감정을 드러냈을 때 좋은 점은 상대방이 자기 기분을 투명하게 드러내면 오히려 그 사람이 지금 어떠한 상태인지 쉽게 알 수 있어서 편하게 느낄 수도 있는데요. 혼란형 애착의 경우는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을 굉장히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표정이 안 좋을 때 자기도 모르게 애착대상이었던 엄마로부터 경험했던 불안과 두려움과 같은 감정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 사연자님의 경우는 엄마가 자기 탓을 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기분 상태에 마치 자기가 뭘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해서 감정 기복이 덜하고 감정적이지 않은 사람을 편안하게 느끼지만 배우자로는 오히려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고, 감정 내색을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 이유는 자기도 모르게 부모와 비슷한 사람이 익숙해서 끌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는 사연자님처럼 내가 연인관계에서 어떤 때 불편한지를 알아차리고, 그 이유도 생각보시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서 그 이유가 애착관계에서 시작된 두려운 감정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자기이해를 하게 되는데요. 그때 스스로에게 충분히 불안하고 두려울 수 있겠다고 인정해주고, 힘들었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 작업을 혼자서 하는 것보다 남자친구에게 진솔하게 얘기하면서 위로와 공감을 받으면 더 좋은데요. 남자친구의 표정에 불안감이 올라올 때, 먼저 그 감정을 잘 만나고 “지금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아 보여서 내가 좀 긴장이 된다” 고 차분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표현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다보면 상대방의 감정상태에 대해 자기 탓을 하지 않고, 그 사람의 것으로 분리해서 볼 수 있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