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남자친구 때문에 힘든데, 남자친구가 혹시 자기애적 성격장애가 아닐까요?’ 라는 질문을 해주신 사연이 있어서 소개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배우자나 연인이 자기애성 성격장애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겠습니다.
[사연]
저는 남자친구와 3년 연애를 하고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헤어져야 할지 고민이 돼서 사연을 보내게 됐어요. 이 사람을 만난 후로 점점 더 스스로 자존감도 떨어진 것 같고, 우울하고, 화가 쌓이는 것 같은데, 내가 잘못된 걸까 싶기도 해서 해결방법이 있다면 노력해보겠는데, 잘 모르겠어요. 내가 더 잘 하면 되겠지 싶어서 나름 이런 저런 노력을 했는데도 남자친구는 전혀 변화할 것 같지 않고, 너무 힘들어서 이제 포기를 하는 게 맞다는 생각도 들어요. 처음에 소개 받았을 때 남자친구는 외모도 너무 근사하고, 인정받는 직업에 반짝반짝 하는 매력에 끌렸는데요, 이런 사람이 나를 좋아하니까 정말 황홀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남자친구가 운동을 하고 몸매 관리가 되는 예쁘고 날씬한 여자가 좋다고 해서 열심히 운동해서 다이어트도 하고, 스타일도 엄청 신경 썼어요. 또 영어도 잘 해야 한다고 해서 영어학원도 열심히 다니는 등등 여러 노력을 했어요. 그렇게 노력하는 것까지는 내가 스스로 더 나아지는 것 같고, 성취감도 느껴져서 좋기도 했어요. 그런데 약속 장소도 자기 집 근처로 오라고 하고, 자기 편한 날만 만나자고 하고, 또 시간 안 되는 날도 많다고 해서 다 맞춰주고 있는데 이게 맞나 싶어요. 생각해보니 연애 초기에는 매일 집 앞이나 직장으로 찾아오고, 보고 싶어 하고, 로맨틱한 선물도 하면서, 나를 너무 열정적으로 사랑한다고 느껴졌는데, 그게 오래 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런 것 까지는 좀 서운하지만 그래도 맞춰주면서 참을 수 있었지만, 어쩌다 서운하다고 하면 자기 상황이 이런데 왜 이해를 못 해주냐고 하면서, 오히려 내가 이해심이 없는 사람처럼 되버려서 더 이상 대화를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내가 힘들다거나, 서운하다거나 기쁘거나 하는 마음을 표현했을 때 한번도 제대로 공감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공감은 커녕 별것 아닌 걸로 여기거나 무관심한 반응을 해서, 민망하다 못해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내가 공감을 잘 해주면 뭔가 느끼고 좀 나아질까 싶어서, 남자친구가 자기 자랑을 늘어놓을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맞다고 열심히 공감을 해줘도 전혀 나아지는 게 없었어요. 나는 이렇게 잘 들어주는데, 왜 내 얘기는 잘 듣지도 않냐고 하소연도 해봤는데, 공감할만한 얘기를 했어야 공감을 해줄 수 있지 않냐면서 내 탓을 해서 가슴이 답답하고 화도 나고,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까 점점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남자친구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안 해주면 엄청 기분 나빠하면서 나한테 비난을 퍼붓는데요. 내가 말 했는데, 어떻게 기억을 못 할 수가 있냐고 비난을 하니까 평소에도 남자친구 심기를 거슬리게 할까봐 자꾸 눈치를 보게 되요. 결혼할 사람인데, 나한테 가장 불편한 사람인 것 같고, 이 사람에게는 항상 내가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아서 점점 더 자존감도 낮아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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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자님은 최근에 남자친구가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아닌지 의심이 되기 시작하면서 헤어져야 하는 게 아닌가 더 고민이 되셨다고 합니다. 이 내용만으로는 자기애성 성격장애, 나르시시스트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배려 없이 자기 편한 대로만 하려고 하고, 여자친구한테 요구적인 자중심적인 태도, 공감을 못하고 오히려 상대방 탓을 하는 반응 등을 보면 그 심각도는 알 수 없지만 나르시시스트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미 사연자님이 남자친구에게 맞춰주면서 많은 노력을 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도 변화가 없고 배려하지 않는 남자친구를 보면서 얼마나 답답하고 힘드셨을까 안타까워요.
성격장애에는 자기애성 뿐만 아니라 경계선 성격장애, 반사회성 성격장애 등 여러 성격장애가 있습니다. 어떤 성격장애이든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자기문제를 인정하고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변화가 참 어려운데요. 그래서 상대방이 자기애성 성격장애, 즉 나르시시스트인지 알아보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자기애는 인간이 자기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자기애는 인간에게 매우 필요한 것인데, 자기애적 성격장애인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성격장애로 불리울 까요?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태도에 있는데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점은 상대방이 서운하거나, 실제로 마음이 상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이렇게 배려 없는 자기중심성 때문에 상대방의 불편감이나 서운한 마음에 대한 공감을 전혀 할 수 없습니다.
나르시시스트들의 또 다른 특징은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우월하고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특별하니까 상대방이 나한테 맞춰주는 것이 당연한 거고, 특별한 나에게 걸맞는 사람이 되려면 예뻐야 하고, 능력도 있어야 하고, 영어도 잘해야 하니까 상대방에게 그렇게 되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사연자님이 남자친구가 요구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보니 성취감도 느껴지고 좋았다고는 했지만, 남자친구가 나를 위해서 자기계발을 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자기의 우월함에 걸맞는 사람이 되야 하기 때문에 요구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기분이 상하실 수 있는데요. 자기성장의 욕구가 큰 분들은 자기계발을 하라고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좋은 조언이라고 생각하기 쉬위서, 상대방의 진짜 의도를 알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요구사항은 나르시시스트 마다 좀 다를 수 있는데,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사회적으로 좋다고 되어있는 조건과 외모 같은 것들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자기요구나 의견에 반대하거나 불만을 토로하면 마치 이해심이 없는 것처럼 오히려 탓을 하거나 무시하는 반응을 해서 사연자님처럼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해진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면 나르시시스트와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 걸까요?
나르시시트들은 능력있고 매력적인 경우가 많고, 연애 초기에 굉장히 열정적으로 상대방한테 애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자기중심적이고, 요구적이고, 배려없고, 상대방의 마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없는 면모를 상대방에게 드러냅니다. 사연자님처럼 내가 상대방에게 먼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나아질까 싶어서, 공감도 열심히 해주고, 맞춰주는 노력을 하고나서, 이제는 얘기를 들어주겠지 하는 기대를 하기도 하는데, 나르시시스트들은 아무리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해도, 그러한 노력에 감동을 해서 반성을 하지 않는데요. 그래서 그 반응에 결국 무력감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나르시시스트와 어떻게 관계가 유지 될까요?
이들 중에 상대방이 견디다 못해 괴로워하면서 헤어지자고 하면 갑자기 정신 차린 사람처럼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단단히 약속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마 동안은 실제로 내가 원하는 태도와 행동을 하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서 관계가 끊어지려다가도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사연자님과 또 이런 상대방 때문에 고민하시는 많은 분들게 상대방이 자기애성 성격장애라고 성급하게 진단을 내리기 보다는 그런 상대방과 연애를 하거나, 부부로 살면서 자기가 얼마나 힘들고 상처 받았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결혼할 남자친구나 오래된 연인, 배우자는 내가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게 느껴야 할 애착대상인데, 오히려 눈치를 보게 되고, 내가 먼저 노력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상대방 마음에 닿는 것 같지 않다고 느끼거나 상대방과 함께 하면 할수록 나를 잃어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자신을 먼저 돌보고 챙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그 사람과 있을 때, 내가 가장 나다워진다는 느낌을 받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는 대답을 하게 된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상대방과 헤어지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내면도 잘 들여다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