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피형이라서 남자친구에게 솔직지 못한걸까?”에 대한 사연자님의 고민입니다.
*사연자님의 고민 : 저는 남자친구와 사귄지 1년 정도 됐는데요. 남자친구는 저랑 사귄지 얼마 안 돼서부터 자기 얘기를 다 하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제 얘기를 다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남자친구는 자꾸 자기한테 의지하길 바라고, 그래서 더 솔직한 내 속 얘기, 고민을 얘기해주길 바라는데요. 저는 남자친구한테 의지하는 게 너무 불편해요. 그러다보니 남자친구는 저한테 많이 서운해 하는 것 같아요. 남자친구는 자기 기분을 잘 드러내는 편인데요. 힘들면 너무 힘든 티를 내고, 화를 낼 때도 그 강도가 제가 보기엔 너무 과해요. 저는 남자친구가 이렇게 감정을 크게 드러내는 것이 참 불편한데요. 남자친구의 이런 면 때문에 제가 남자친구에게 의지를 못하나 싶기도 해요. 저도 남자친구한테 의지하고 싶은데, 의지할 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구요. 제가 회피형 애착이라서 이런 걸까요?
사연자님은 남자친구와 가까워지고 싶지만, 의지할 만큼의 신뢰감을 느끼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먼저 대인관계에서 자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냈을 때 타인이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감이 있는지를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대인관계에서 타인을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도 애착 대상인 연인이나 배우자한테만은 자기 개방을 잘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자기가 안정애착 유형이거나, 불안정 애착이라도 파트너와 안정애착이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연자님은 남자친구에게 자기개방을 불편해 하기 때문에 회피형 애착 유형일 가능성도 있고, 혼란형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는 사연자님이 혼란형 애착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남자친구와 가까워지고 싶지만, 막상 가까워지려고 하니까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사연자님은 남자친구가 감정을 크게 드러내는 것 때문에 의지하기가 어렵다고도 하셨는데 그 이유가 남자친구가 내 편이다가도 자기 기분이 상하면 나를 내팽겨 칠 것 같아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를 신뢰하지 않아야 하는 단서를 자꾸 찾게 된다고도 하셨는데 이 또한 남자친구를 믿고 자신을 다 드러냈을 때 어떤 두려운 일이 벌어질 것 같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어렸을 때 주양육자가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을 했고, 그때 경험했던 두려움과 불안이 자동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감정을 크게 드러낼 때마다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 지 솔직하게 얘기하시는 경험이 매우 중요한데 남자친구가 안전한 대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얘기하기 어렵다면, 안전한 대상에게 먼저 남자친구를 신뢰하기 어려운 마음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자기의 마음 속 깊은 두려움을 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경험은 굉장히 치유적이고, 남자친구와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된다면 안정애착을 형성하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사연자님이 보내주신 내용을 보면 자기 내면의 상태에 대해 참 잘 알아차리고 표현하셨습니다. 그래서 사연자님에게 충분한 자원이 있다고 생각되고, 그 자원으로 애착유형과 크게 상관없이 내면을 잘 가꾸어 가실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