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자기 가족과 가까워지기를 요구하는데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연자님의 고민입니다.
사연자님은 남자친구와 서로에 대해 천천히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데, 남자친구는 성급하게 자기 가족과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사귄지도 이제 6개월 밖에 안 됐다고 하니, 성급하다고 하시는게 이해가 갔습니다. 처음에는 남자친구의 아버지가 편찮은 상태여서 가족이 다 함께 힘들어하는 상황이라서 이해하려 했는데, 아버지 병문안을 같이 가자고 하고, 엄마가 지금 너무 속상해 하고 있는데, 응원의 문자를 보내달라는 등의 요구를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남자친구의 누나는 자신의 남자친구와 부모님이 다 계신 집에서 데이트를 한다며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요구했습니다. 이런 요구들이 불편하다고 하면 남자친구가 너무 서운해 해서 거절하는 것도 참 어려웠다고 해요.
그리고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항상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자주 토라져서 말도 안 하고 혼자 가버리는 모습을 볼 때면 어린 아이 같고, 나를 여자친구로 대하는 것 같지 않았다고 합니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때도 전혀 이해를 못하고, 또 토라져 버리기만 반복해서, 갈등을 대화로 풀수가 없었다고 하는데요. 정말 이해가 안 됐던 행동은 남자친구에게 향수를 선물했는데, 우리 누나가 “뭘 이런걸 사줘?” 라고 했다면서 그 말을 그대로 전하고, 향수는 잘 뿌리고 다녔던 행동이었다고 합니다.
우선, 사연자님이 남자친구가 어린 아이 같이 느껴지고, 자기를 여자친구로 대하는 것 같지 않다고 느꼈던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게 느껴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남자친구가 성인인데도 가족들로부터 독립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귄지 6개월 밖에 안 됐는데, 부모님께 연락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자신의 누나도 그러니까 우리도 집에서 데이트 하자고 요구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독립이 되지 않은 경우에, 주체성이 잘 발달되지 않아서 스스로 중요한 결정을 하기도 어렵고 자기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하기 어려워하고 자기 생각과 다른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고 인정하기를 어려워 합니다. 평소에 스스로 자기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나와 다른 의견도 존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연자님의 남자친구는 우선 스스로 성장이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자각해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연자님이 남자친구에게 부족하거나 잘못됐다는 식의 지적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실 부모로부터 제대로 독립되지 않은 것이 이 남자친구만의 잘못은 아니니까요. 부모가 너무 불안이 높아서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지나치게 챙겨주고, 통제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와 안정애착을 형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 안정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 정서조절이 안 될 가능성이 큰데, 사연자님의 남자친구가 토라지면 상대방 배려하지 않고 먼저 가버리는 행동 등을 보면 정서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연자님은 이런 남자친구에 대해 이해보시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눠보셔야 할텐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로부터 독립이 제대로 안 됐다, 그래서 미성숙하다”는 식의 지적을 하면서 대화를 시작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면 자기가 잘못된 사람으로 느껴져서 방어적이 되기 쉽습니다. 남자친구가 어떤 마음에서 자기 가족과 빨리 가까워지길 바라는지, 화가 나면 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혼자 가버리는지 등을 질문하면서 이해해보려는 대화를 먼저 시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