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서로를 성장시키는 상호보완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잦은 갈등과 부부싸움의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결혼생활 30년 차에도 난 이렇게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저 사람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부부싸움을 하는 경우도 있고,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서로 너무 다르다는 이유로 ‘이 결혼을 해도 될까?’를 고민하기도 해요.
이런 부부/ 커플의 경우 TCI 검사를 해보면, 그 결과 기질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TCI 검사로 개인의 기질과 성격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기질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으로 어떤 자극에 대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정서적 반응 성향이라고 정의하는데요. TCI로 측정되는 기질은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인내력으로 4개의 차원인데요. 서로 너무 다르다는 이유로 힘들어하는 부부의 대부분이 TCI검사 결과에서 이 기질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어요.
* 실제 부부의 사례입니다.
남편은 자극추구, 사회적 민감성은 높고 위험회피는 낮아요.
부인은 자극추구와는 상반되는 기질이라고 할 수 있는 위험회피가 높고, 남편과는 반대로 사회적 민감성은 낮아요.
이 부부는 결혼 20년차인데, 같은 주제로 꾸준히 부부싸움을 한다고 호소하셨습니다. 남편은 친구가 많아서 부부동반 모임에 자주 나가고 싶어 하고, 지인들을 집에 초대하고. 함께 여러 곳으로 여행도 자주 가고 싶어 해요. 반면에 부인은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해요. 그래서 남편의 제안에 대해 자주 거부하고, 왜 자꾸 돈을 쓰냐고 하면서 남편을 비난하고 통제하려고 하죠. 그러면서 부부싸움을 계속 하게 되고, 불만이 가득 쌓여있다고 호소하셨습니다.
자극추구와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남편의 기질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고, 다른 사람 감정도 잘 파악하고 잘 맞춰주고 여러 사람들 속에서 관심 받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남편과는 다르게 위험회피가 높고 사회적 민감성이 낮은 부인은 조심성이 많고,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남편과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데요. 남편은 아내 때문에 답답하다, 숨막힌다, 재미없다고 하고, 아내는 남편이 부담스럽다,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절제할 줄 모르는 것 같다면서 비난을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부부가 이렇게 서로 다르다고 이렇게 비난하는 경우만 있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배우자가 나랑 달라서 배울 점이 있어서 좋다, 사는 게 더 편해졌다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부부의 TCI 검사 결과를 보면 성격이 성숙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TCI에서 성격은 자율성, 연대감, 자기초월의 세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부분의 점수가 모두 높은 경우에 성격이 성숙되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성격의 성숙도를 알아볼 때 자율성과 연대감이 중요한데요. 성격이 성숙되어 있다면, 자신의 기질에 의한 욕구과 두려움에 집착하기 보다는 자유롭고 유연하게 반응을 할 수 있습니다.
성격이 성숙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에 대해 나와는 다르다고 비난하기 보다는 이해해보려고 하고, 나의 삶에 적용시켜보려고 하기도 하죠. “나는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남편은 사교적이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구나.” 하면서 다름을 인정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걸 나도 함께 해야겠다는 마음을 내서 노력하게 되기도 합니다.
서로 너무 달라서 갈등을 겪고 있다면 TCI의 성격 부분을 성장 시키는 노력을 하는 것도 해결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TCI의 성격은 변화 가능하고, 스스로 노력해서 성장 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