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면서 듣게 되는 가장 많은 호소 중 하나가 불안 때문에 일상이 견디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우리가 살면서 자주 경험하는 감정이지만, 불안이 지나치게 커지면 잠을 못 이루거나, 가슴이 답답해지고, 호흡곤란이 오기도 한다.
불안을 경험하는 정도는 다양한데, 적당한 불안은 우리를 위험에 대비하게 할 수 있도록 하여 안전하게 살아가게 하기도 하고, 어떤 일의 성과를 내는데 필요한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너무 빈번히 과도한 불안을 경험한다면 삶이 고통스럽고 어렵다고 느끼게 된다.
사소한 일에도 과한 불안을 자주 경험하는 한 내담자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잦은 부부싸움으로 늘 불안했는데, 특히 아버지가 언제 화를 낼지 예측할 수 없어 늘 안절부절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언제 화를 낼지 몰라서 밥을 먹기 시작하면 최대한 빨리 먹어야 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예측불허한 분노 때문에 잠도 편히 잘 수 없어 선잠을 잤다고 한다. 집에서는 항상 어떤 재난이 일어날지 모르니, 불안한 마음으로 대비를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조금 부족해도 ‘나중에 잘하면 되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내담자에게 나중은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지내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항상 목표를 세우고 꿈을 생각했는데, 그것을 ‘고통스러운 희망’이라고 했다.
이 내담자는 상담이 진행되면서 지금은 성장해서 독립된 편안한 삶을 살고 있고, 그런 환경이 아닌데도 이전의 불안과 대비하는 태도
, 잔인한 희망도 그대로인 것이 이상하고 혼란스럽다고 했다.
처음으로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으니까 이대로만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 얘기는 다시 말해 불안은 현재에 온전히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마음이 불안한 이유는 대부분 몸은 현재에 있지만, 생각과 감각은 미래의 걱정에 가있기 때문이다.
생각이 온통 “일이 뜻대로 안 되면 어쩌지?” “실수하면 어쩌지?” “거절당하면 어쩌지?”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등의 부정적 미래에 가 있다.
견디기 어려운 불안 속에서 삶을 놓아버릴까 봐 희망조차 고통스럽게 붙잡고 견딘 내담자의 힘겨운 삶이 가슴 아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잘 살아 보고자 했던 삶에 대한 의지에 인간애와 존경심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불안을 잘 살펴보고 해결해보고자 하는 의지에 기꺼이 함께 하고 싶다.
자신이 왜 불안한지, 어떤 두려움과 바람 때문에 불안한지를 알게 되면 조금씩 불안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잘 살아보고자 불안해하고 있다면, 먼저 그 불안이 정말 나의 삶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아지게 하는 것인지 점검해 봐야 한다. 그것이 나의 불안의 정체를 잘 알고 조절할 수 있게 되는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