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커플의 성인 애착 5_ 회피형 들여다보기
이 실험에서 회피형들이 다른 유형의 사람들보다 “욕구”, “얽매임”과 같은 단어들을 더 재빨리 포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 단어들은 회피형이 싫어하는 파트너의 성격에 관련된 단어였습니다.
회피형의 애착 유형은 연인이 있는 상태이든, 아니든 항상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씁니다. 파트너에게 의지하는 사람들을 매우 싫어하며, 누군가가 자기에게 의지하는 상황도 매우 답답해 합니다.
한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이 모니터에 재빨리 나타났다 사라지는 단어들을 기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는데, 특정 단어를 기록하는 속도를 보면 그와 관련된 주제를 얼마나 빨리 인식하는지 알 수 있다고 가정한 실험이었습니다. 이 실험에서 회피형들이 다른 유형의 사람들보다 “욕구”, “얽매임”과 같은 단어들을 더 재빨리 포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 단어들은 회피형이 싫어하는 파트너의 성격에 관련된 단어였습니다.
반면 “이별”, “싸움”. “상실”과 같은 본인의 걱정거리들을 인지하는 속도는 느렸습니다. 이와같이 회피형은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에서 자신의 파트너가 애정에 굶주려 있고 지나치게 의존적이라고 비난하는데는 재빠르지만, 관계에 대한 자신의 욕구와 두려움은 무시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회피형은 애정을 갈망하는 사람들을 경멸하면서 스스로에게는 그런 욕구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데, 과연 자신에게는 애정에 대한 욕구가 없다는 것이 사실일까요?
다른 실험에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회피형도 다른 방해요소로 인해 산만해진 상태에서는 자신의 진실한 감정과 관련된 “이별”, “상실”, “죽음”과 같은 단어에 다른 유형들과 비슷한 속도로 반응하였습니다.
이 실험은 회피형이 취하는 방어적 자세가 그들을 그렇게 보이게 할 뿐이지 진실한 욕구와 감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들은 관계에서 거리두기를 위하여 애착 쳬계를 불활성화시키려는 전략을 사용하여 친밀감을 억누르기 위한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취합니다. 이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해도 자신의 독립성을 위협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일상적 도구인 셈입니다.
이 외에도 회피형은 자신의 지각과 신념을 통제함으로써 파트너와의 단절감을 유지하고 행복을 억압하는데요.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네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너 자신뿐이다!” 라며 아버지로부터 항상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말라고 뇌리에 박히도록 가르침을 받아왔던 회피형 A는 그 신념대로 자신을 통제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회피형 B는 자신의 의견이나 욕구를 표현하면, 부모로부터 무반응이거나 부정적 평가를 듣는 경험을 자주 하며 자랐습니다. 그 때마다 자신의 가치감이 손상 되는 경험을 하였을 것이고, 그 영향으로 그는 타인에게 자신의 진솔한 마음이나 정서를 표현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하여 타인과 거리두기를 실천하게 되고, 그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기도 하기 때문에 매우 열심히 거리두기를 하게 됩니다.
이처럼 회피형의 왜곡된 신념은 성장과정에서 부모에게서 받은 영향이 큰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회피형의 특징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회피형은 다른 유형들보다 파트너를 낮게 평가합니다. 이는 파트너와의 유대감 형성을 피하고자 하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배우자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랑해주는 태도를 보이면 그 행동을 무시하거나 그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관점으로 파트너를 대하다가 결국은 자신이 바라는 파트너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이별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둘째, 회피형은 일상적으로 파트너가 보내는 언어적, 비언어적 신호를 해석하고 그 해석을 바탕으로 파트너의 심리 상태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이는 회피형이 자신이 가장 가깝게 여기는 사람의 감정조차 신경 쓰지 않도록 자신을 훈련해 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회피형의 파트너는 감정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며 불평을 하게 되고, 유대감이나 온정, 만족감 또한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셋째, 회피형은 사랑에 빠진 자기 자신을 속이기 위해서 ‘지난 사랑에 미련 갖기’와 ‘완벽한 사랑을 꿈꾸기’의 두 가지 행동 패턴을 보입니다.
자신의 옛애인을 진심으로 그리워하고 있거나, 자신에게 꼭 맞는 상대가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회피형은 파트너와 헤어진 뒤에야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며, 어디서부터 관계가 틀어졌는지 되돌아 보며 자신이 거슬려 했던 파트너의 단점은 어느새 다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헤어진 파트너에 대한 이러한 고착은 새로운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하고, 새로운 파트너가 하찮은 사람으로 보이게도 합니다.
연애 초기에 파트너에게 느꼈던 매력이 사라지고 나면 회피형은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 되어 거리를 두고 싶다고 느끼게 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부정적인 감정은 애착 욕구 신호를 끄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촉발된 애착체계 불활성화 전략이기도 합니다.
회피형은 파트너와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자신이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고 결론 내리고 서서히 파트너로 부터 멀어지기 시작하고, 파트너는 절망에 빠져 항의 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회피형에게 자신의 파트너가 완벽한 상대, 즉 운명의 반쪽이 아니었다는 확신을 갖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이상 회피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는데요, 중요한 것은 회피형도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진실한 사랑을 나누고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것을 회피하고 억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회피형 애착유형으로 형성이 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회피형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연인이나 배우자와의 따뜻한 정서적 유대감, 애착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는 것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참고서적
AMIRE LEVINE, ATTACHED (2011, PENGUIN 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