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커플의 성인 애착

 

우리는 사랑하는 대상을 어떻게 느끼고, 그 대상에게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요?

애착이론은 원래 간단하게 말해, 영아가 주 양육자와 형성하는 강한 정서적 유대감, 결속이고, 이 것이 영아의 생존 및 심리, 신체, 사회적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인데요.

2차 세계대전 이후 고아원에 맡겨진 영아의 수가 증가했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영아들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우울해하며 신체적으로도 더딘 발달을 보이는 것이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의 발견을 계기로 영국의 정신분석가 존 볼비(John Bowlby)의 애착 이론과 함께 연구가 본격화되었다고 합니다.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애착은 성인의 연인 관계에서도 나타나는데요.

친밀감을 느끼고 반응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 혼합형으로  애착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안정형은 친밀감을 편안히 받아들이는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사람들입니다.

연애가 쉽고 파트너와 정서적으로 따뜻하고 애정 넘치는 관계를 맺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은 안정형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파트너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파트너의 감정 신호를 읽고 반응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강점은 말할 것도 없고, 취약점 또한 편안하게 파트너와 나눌 줄 압니다.

불안정형은 친밀감을 갈망하고 연인 관계에 지나치게 몰두하며 자신이 파트너를 사랑하는 만큼 파트너 역시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을 합니다.

또한 자신의 정신 에너지의 상당량을 파트너와의 관계에 소모하는데요. 파트너와 아주 가깝게 지내기를 원하며 친밀감을 간절하게 원하지만, 파트너가 자신이 원하는 만큼 가까워지지 않을 까를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파트너의 기분과 행동이 조금만 변해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상대방의 행동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기도 해서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감정에 잘 휘말리고 기분도 잘 상합니다.

회피형은 파트너와 친밀감이 높아지지만 자신의 독립성이 줄어든다고 여겨 끊임없이 파트너와의 친밀감을 줄이려고 애를 씁니다.

혼합형은 불안형과 회피형이 혼재되어 있는 유형으로 파트너와의 강력한 친밀감의 욕구가 있어 가까워지지 못할까봐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밀착하지 못하고 거리를 두기도 합니다.

이들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지만 지나치게 친한 관계는 불편하게 느끼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파트너가 자신의 영역을 지배하거나 침범하려 드는 조짐이 보이면 종종 심한 경계심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파트너에게 마음을 터놓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종종 파트너로부터 감정적이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불평을 사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체 인구 중 극소수이긴 하지만,

파트너와의 친밀감은 불편해하는 동시에 파트너가 자신과 함께해줄지에 대한 걱정도 많은 불안형과 회피형이 결합된 혼합형도 있습니다.

이런 설명을 들으면 나는 과연 어떤 유형에 속할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실 것 같은데요. 사람의 내면은 복잡하고 다양해서 뚜렷하게 어떤 분류에 넣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분류하여 설명이 되어지는 것은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애착의 유형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개인마다 애착의 유형이 다를 수 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애착의 욕구의 크기는 거의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시 시대부터 인간의 생존과 연결되어 있었던 부분이기도 했듯이, 이 세상에서 가장 나를 잘 이해줄 수 있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철저히 나를 지지해주는 내 편을 만나고 싶은 욕구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일 것이라 봅니다.

 

부부상담이나 커플상담에서 가장 많이 접한 관계의 유형이

불안형의 여자와 회피형의 남자의 커플이었는데요. 물론 남녀의 애착 유형이 반대인 반대의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이 불안형과 회피형의 관계는 정서중심 부부치료 관점에서 보면 추적자와 위축자의 형태와 흡사하기도 합니다.

추적자는 계속 불만을 토로하며 요구를 많이 하게 되고, 위축자는 그 것이 불편하여 피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불평불만과 요구가 많은 추적자도 피하려고 하는 위축자도 마음 속으로 진정 원하는 것은 파트너의 관심과 사랑인 것이라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을 신호로 받아들여 서로의 속 마음을 알지 못 하고, 쫓고 도망가는 관계의 형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서로의 진짜 마음과 욕구를 잘 알아차리고,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표현하기만 해도 이 고통의 관계의 패턴 속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 단순한 솔루션을 부부관계에서 또는 연앤관계에서 스스로 알아차리고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패턴으로 자리잡아 있는 이 감정의 부정적 고리를 알아차리고 끊어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치 숲 속에 있으면, 그 숲 전체의 모습을 보고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부부상담, 커플상담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불가능해 보였던 관계의 개선이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관계 개선을 향한 스스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자기 인생의 주체는 다른 어떤 사람도 아닌 자기 자신이니까요.

 

참고

AMIRE LEVINE, ATTACHED (2011, PENGUIN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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