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조남주, 민음사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민음사

이 책은 작년, 2018년에 발행되면서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면서도 분노했고, 남성들도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한 소설이었다. 소설임에도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실제 인물인 듯한 느낌을 주었다.  올여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순식간에 읽을 만큼 읽는 내내 공감이 되었다. 그 안에는 안타까움과 당황스러움 허탈함이 함께 있었다.

 

페미니즘은 여성 중심적, 여성 지향적인 의식 혹은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는 여성주의 담론이다. 하지만 페미니즘을 여성에게만 국한된 담론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페미니즘은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세계관과 다른 새로운 세계관, 성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에서 시작되었지만 여성 운동이 좀 더 본격화된 것은 1960년대 정치적 변혁 운동의 과정에서였다. 1960년대 급진적인 변혁 운동은 여성의 성 해방 운동을 낳았고, 여기서 페미니즘은 자본주의 또는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제로 인해 억압받고 있는 여성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실천과 담론의 집합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페미니즘은 계급적인 문제를 성차 문제로 바꿔 놓았고 사회적 불평등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탐구를 통해 ‘여성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뿐만 아니라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는 여성의 정치적 해방 운동을 양산했다. (출처, 영화사전)

내 말로 이해하자면, 격하되고 억압되었던 여성들의 인권을 남성과 동일한 위치로 옮기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어려움이 있었고, 아직도 겪고 있지만 그게 맞다고 본다. 건강한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 정상화이지 남성과의 도전과 싸움, 그동안 겪었던 아픔을 이제 남성들도 겪으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결론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인격체로서 더불어 사는 살만한 세상을 만들면 좋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요즘의 젊은 친구들 중에는 다소 과격한 분리의식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작년, 2018년에 발행되면서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면서도 분노했고, 남성들도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한 소설이었다. 소설임에도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실제 인물인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 평이 대부분이어서 뻔한 내용인가보다 하고 읽지 않았었다. 그러다 올여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순식간에 읽을 만큼 읽는 내내 공감이 되었다. 그 안에는 안타까움과 당황스러움 허탈함이 함께 있었다.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법한 ‘김지영’은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정신과적 발병으로 의사를 찾는다. 마치 빙의와도 같이 죽은 선배가 말하듯 이야기하거나 시어머니 앞에서 친정엄마의 목소리를 대변하듯 이야기한다.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 김지영의 남편은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반복되자 정신과 의사를 찾아간 것이다. 하지만 김지영의 증상은 의사도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 부분이 좀 더 설명되고 치료 되는 과정까지 다루었다면 리얼리티를 더 높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평범하고 남에게 해 끼치지 않고 살아온 김지영이 왜 그렇게 병들어야 했는지 안타까웠다.

90년대에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했을 때, 여직원들은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나도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과 함께 퇴직했다. 살림과 육아는 당연히 ‘아내’이자‘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시어머니는 매일 출근해야 하는 ‘남편’이자‘아빠’는 아기 때문에 중간에 깨면 안 되니까 다른 방에서 따로 재우라고 하셨었다. 나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 그대로 따랐었다. 이후 육아와 살림/ 경제활동으로 각각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살았다. 아이들도 그런대로 잘 자라주었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좀 들고 보니 그때가 후회된다. 함께 했어야 했다. 갈등을 겪기도 하고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배려하고 함께하는 행복감을 느꼈어야 했다. 아이들이 다 크고 나니, 어쩌면 한 집에서 따로 살았었구나 싶은 허탈감이 든다. 다만, 우리 아이들의 세대는 당연한 것이 꼭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경제활동이든 육아든 살림이든, 좀 더 잘하는 사람이 조금 더 해 주고, 힘들면 좀 쉬도록 도와주고, 못하면 배워가면 하고….. 그렇게 서로 격려해 주고 사랑해 주고 평생 좋은 친한 친구이자 가족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요즘은 아이들을 위한 성평등 책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부모세대부터 읽어보고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해보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가르치면 좋겠다. 누가 누구를 이겨야만 하는 세상에서 더불어 사는 벅차고 뿌듯한 마음으로 삶을 사는 방향으로 이끌면 바랄 것이 없겠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며, 고여 있어서 깨끗한 줄 알았던 내 생각의 흙탕물이 휘저어진 느낌이었다.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생각들이 연결이 되고, 또 불쑥불쑥 튀어나와 당황스러웠다. 깨끗한 척했던 물을 흘려보내고 다시 맑은 물을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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