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형 애착의 극복사례

혼란형 애착을 극복해 나가고 있는 사연자님의 사례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사연자님은 자신이 혼란형 애착이라는 것을 알고, 많은 노력하셨고, 지금은 거의 극복된 상태인데, 여전히 연애를 시작하기가 두렵다고 사연을 주셨습니다. 남자친구와 관계가 가까워지려고 하면, 자기도 모르게 거리를 두는 행동을 하면서 남자친구가 결국은 자신을 떠나게 되는 연애를 반복했던 사례에요.

친구들의 조언도 구해보고, 정보도 찾아보고, 관련 서적도 읽어보며 스스로 극복을 해보려고 나름 노력을 했지만, 잘 해결되지 않아 상담실을 찾게 되셨다고 해요. 처음에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마음을 상담 선생님이 보듬어주고 어루만져 주는 그 느낌에 안심이 되서. 그동안 말 못했던 일들을 선생님께 털어 논 것만 해도 숨통이 트이고 살 것 같았다고 해요. 그러면서 점차 자기문제를 볼 수 있을 만큼 마음에 힘이 생기는 느낌을 받았고, 상담 선생님과 함께 자기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해보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을 탐색해보니, 엄마가 참 따뜻하고 의지가 되는 분이었는데, 어떤 때는 너무 무서웠다고 해요. 더 문제는 엄마가 언제 무서운 사람으로 돌변할 지를 가늠할 수 없었다는 건데요. 어떤 때는 작은 실수를 해도 무섭게 매질을 하고, 어떤 때는 더 큰 실수를 해도 그냥 넘어가고, 또 어떤 때는 뭘 잘못하지 않아도 엄마가 갑자기 화를 내기도 했다고 해요. 그런데 어떤 때는 너무 잘해주셔서 한없이 안겨서 기대고 싶은 엄마로 느껴질 때도 있었구요.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항상 엄마의 눈치를 보게 되고, 실수를 할까봐 자기도 모르게 긴장되어 있기도 했었다고 하는데요.

사연자님은 어린 시절의 이런 엄마와의 기억을 이렇게 생생하게 누군가 앞에서 떠올려 본 것이 처음이었다고 하셨는데요. 상담 선생님이 나를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함께 아파해주시고 함께 견뎌주시고 포기하지 않는 그 느낌에, 점차 나도 내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견뎌내고 포기하지 않고 결국 수용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표현하셨어요. 그리고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안전감을 느끼면서 자신을 보여주기를 여러 차례 시도하면서 미성숙한 모습을 보여줘도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어요.

특히 혼란형 애착의 경우, 항상 일관성 있게 자신을 수용해주는 애착 대상을 만나는 것이 중요해요. 여기서 키워드는 “일관성 있게” 와 “자신을 수용 해주는”입니다. 혼란형 애착은 상대방을 너무 믿고 의지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 누구도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거든요. 그리고 치유가 일어나는 지점은 바로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느껴지는 감정을 충분히 느끼는 순간인데요. “그 상황에서 당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어떤 것이든 다 옳다.” “다 괜찮다.” 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대상 앞에서 자기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자기감정을 있는 그대로 충분히 느끼게 되면, 실제로 뇌 편도체의 자동반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혼란형 애착이 타인과 관계가 가까워질 때 자동적으로 느끼는 감정인 두려움과 공포와 같은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회로가 뇌에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이죠.

이런 상담 과정 속에서 사연자님은 자기 내면의 열등하고 유치하고 나쁜 마음들을 알게 되면 남자친구가 자기를 버릴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다치지 않을 만큼 적당히 피상적으로 관계를 맺어왔지만, 한편으로는 사랑받고 싶은 갈망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굳어 있었던 자기 모습을 알아차렸다고 하는데요. 이런 모습 때문에 결국 남자친구는 자기를 떠나게 됐는데, 그 이유가 굳어 있는 모습이 남자친구에게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연자님은 이제 많이 회복 됐지만, 아직도 연애를 하는 것은 좀 망설여진다고 하셨는데요. 아직도 대인관계에서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 눈치를 보고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사연자님이 연애를 시작하셔도 된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애착이든 어떤 마음의 증상이든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건 어쩌면 너무 비현실적인 바람이죠. 그것을 알아차리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조절할 힘이 있다면 해결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사연자님의 경우처럼 회복을 위한 작업을 하셨다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경험하면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현명한 방법이니까요 🙂

https://youtu.be/OD_OCeiaa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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