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에서 행복하기
우리나라의 복지가 더 나아져 노인층의 빈곤이 조금이나마 해소된다며 자살률도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체 경제가 지금보다 더 나아진다면 사람들의 행복지수도 올라갈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헬조선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폭폭하니 생겨난 말일 것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힘든 세상이다. 속담을 바꿔야 한다는 말까지 우스갯소리로 나온다.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다거나 백 번 양보해, 개천에서 가뭄에 콩 나듯 용 난다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지만 젊어서 고생하면 나이 들어서도 고생한다고 한다. 우습기도 하지만 마음이 헛헛하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60년대 이후 부지런을 최고의 모토로 삼고 경제 발전을 이룩해 왔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인권이 무참히 무시되었고 국가를 위해 희생이 강요되고 강제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지수는 OECD국가 중 11위다. OECD회원국은 모두 37개의 나라이다. 물론 이들 나라들이 모두 선진국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우리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및 서구 국가, 미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와 몇몇 영미권 국가, 일본과 더불어 선진국에 포함된다. 경제적으로, 객관적 정보로는 경제선진국인데 우리는 왜 이렇게 경제적으로 힘들까?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 1, 2위를 다툰다. 언론에서는 청소년의 자살률을 거기에 빗대기도 하는데 세계적 수치로 보면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 청소년의 자살보다는 노인계층의 자살이 압도적으로 높아 1, 2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물론 노인이든 청소년이든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노인들의 자살 이유 중 첫 번째는 경제적 빈곤이다.
솔제니친의 우화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사람이 태어나 25년은 인간다운 운명을 살고, 다음 25년은 말처럼 열심히 일을 하며 살고, 다음 25년은 이미 나이가 50대가 되었으니 마음은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개처럼 짖으며 살고 남은 생은 원숭이처럼 다른 사람의 구경거리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생과 나이에 대한 비웃음이 아니라 비유의 동물과 비슷하게 살게 된다는 의미이다. 크게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청장년의 삶이 참 고단하기 때문이다. 가족을 건사해야 하고 직장에서도 조직의 일원으로 크게 빛나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몫을 다 해내야 한다. 그 외에도 고단의 이유는 너무나 많다. 그렇게 일하다가 은퇴를 하고 노년이 되면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운신의 폭은 좁아진다.
작년 우리 사회에 유행한 두 단어가 있었다. 욜로와 소확행이다. 욜로는 한 번 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는 것이고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며 살자는 것이다. 둘 다 행복하게 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크다. 내 느낌에 욜로는 조금은 냉소적이다. 나의 미래에 대한 대비나 관심이 별로 없다. 반면 소확행은 지금, 여기를 소중히 여긴다. 그말은 지금, 현재의 ‘나’를 소중히 여기고 돌본다는 이야기다.
나는 쉬는 날, 느지막이 일어나 간단히 밥을 먹고 혼자 커피숍을 가거나 텀블러에 커피를 한잔 사 들고 도서관에 가서 느릿느릿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빈둥빈둥 시간 보내기를 좋아한다. 이때 드는 돈은 커피 한 잔 값이 전부이다. 그런데 난 그것를 아주 좋아한다. 소확행인 셈이다. 물론 미리미리 계획을 해서 여행을 하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건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반면 전자는 별다른 준비 없이 내가 나를 즐겁게 할 수 있다.
다시 돌아가, 우리나라의 복지가 더 나아져 노인층의 빈곤이 조금이나마 해소된다며 자살률도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체 경제가 지금보다 더 나아진다면 사람들의 행복지수도 올라갈까?
전쟁을 겪으면서 폐허가 되었던 나라, 먹을 것이 부족해서 밥을 굶어야 했고, 그래서 뚱뚱하고 배 나온 사람을 동경하던 우리나라가 이제 세계 경제 11위가 되었어도 여전히 삶은 힘들고 때로 고통스럽다. 지난 100여 년 동안 힘듦의 이유는 늘 경제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우리나라의 경제 지표가 지금보다 나아진다고 해서 행복지수가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 거기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는 그보다 더 혼란스럽다. 정치인들은 나름대로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다고 느끼는 국민은 별로 많지 않다.
결론은 스스로를 잘 돌보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물론 나도 나를 잘 모를 때가 있지만 그래도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이다. 내가 나의 건강을 돌보고 나의 취향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특히 건강이 중요한데, 정신적 건강과 육체적 건강은 새의 두 날개와도 같다. 함께 가야 한다. 따라서 함께 잘 돌보아야 한다.
먼저 나이든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조금 힘들더라도 의연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젊은 세대들도 나이가 들면 그렇게 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다.
어디에도 희망이 없다고 얘기하는 언론들의 기사들을 읽으며 함께 우울해지다가 문득, 멈춰서 정말 희망이 없는지, 방법이 없는지 생각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