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연은 남편에 대한 불만이나 시댁에 대한 서운함을 조금만 얘기해도 남편이 화를 내서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아내분의 호소 내용이었는데요.
시아버지는 적어도 3일에 한 번은 며느리에게 안부전화를 하라고 하시고, 전화를 하지 않으면 크게 화를 내신다고 해요.
그리고 연락도 없이 집에 자주 오시고, 주1회는 반드시 시댁에 와야 한다는 요구를 하신다고 해요.
그리고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며느리를 심하게 꾸짖고 큰소리로 화를 내신다고 해요.
이 사연자분은 그럴 때 남편이 자기편에 서서 말 한마디라도 해주길 바라는데, 아무 말도 안 해서 상처가 된다고 서운함을 호소하셨어요.
그런데 더 힘든 건 남편에게 자기편이 되어주지 않는다고 서운함을 호소하면 남편이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이 사연자분의 시댁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부장적인 시댁이라고 하는 경우죠.
며느리 입장에서 이런 시부모를 모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더 어려운 건 남편에게 이런 얘기를 했을 때 남편이 위로해주지 않고 오히려 화를 낸다는 것인데요.
이럴 때 아내 분은 소외감을 느끼고 서럽고 비참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시부모와의 갈등이 있을 때 남편이 내 편에서 위로만 잘 해줘도 시부모에 대한 스트레스가 훨씬 덜할 텐데 참 안타까워요.
그러다보면 결국 두 부부 사이에 금이 가게 될텐데, 그 이유가 시부모로부터 시작된 것이 된다는 건 더 안타깝죠.
그렇다고 아내가 남편한테 내편 들어달라고 아무리 호소한다고 해도 남편의 행동은 변화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불만을 호소하면 할수록 더 크게 화를 내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어렵지만 우선 이렇게 반응하는 남편의 마음을 이해해보실 필요가 있는데요.
남편도 어린 시절부터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자기 부모 때문에 힘드셨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 요구에 순종적으로 따르는 것이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질 수도 있죠.
그리고 아버지가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강압적이어서 자기 의견을 주장하지 못하는 아들이었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아내를 꾸짖는 아버지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할 수 있겠다는 이해가 되기도 해요.
그렇게 조용해 있어야 그나마 일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 거고, 아버지 기에 눌려서 아내 편을 들면서 뭔가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남편 분은 타인의 지적과 부정적 피드백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그래서 아내가 불만과 서운함을 호소할 때마다 화를 내는 방식으로 자기 방어를 할 수 있어요.
어쩌면 자기도 그런 강압적인 부모 때문에 화가 나는데 그런 마음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아내에게 화를 내고 있을 수도 있구요.
그동안 아내는 남편이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 이유가 자기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아서였다고 생각해왔는 데요.
이렇게 남편의 마음에 대해 이해해보면, 아내가 느끼는 서운함, 비참한 마음은 줄어들고 마음이 훨씬 더 진정될 거에요.
그 상태에서 남편의 진솔한 마음을 들어보려고 대화를 시도한다면 좋겠어요.
남편에게 내가 이렇게 불만을 얘기할 때마다 어떤 생각과 마음인지를 차분하게 질문해 보실 수 있어요.
남편 분은 자기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돌봄을 받아본 경험이 없어서 자기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그것을 진솔하게 표현해 본적이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을 분노로만 표출하고 있을 가능도 있는데요.
이런 남편에게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이해와 수용을 해줄 수 있는 단 한사람이 되어 주신다면 치유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