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주제 3._ 자존감을 비추는 조명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존재인지가 느껴지니 땅만 보고 걷다가 고개를 들게 되고, 화가 나도 참는 때가 많았는데 이제 더 이상 참지 않고 맞서고 싶어진 것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주인공 동백이는 아빠 없이 혼자 아들을 키우며 ‘카멜리아, 동백’이라는 술집을 운영하며 꿋꿋이 살아간다. 창고였던 허름한 곳을 술집으로 꾸미고, 얕은수를 쓰거나 아이에게 부끄러울 행동도 하지 않으며, 엄마 역할과 가장 역할을 모두 훌륭하게 해내는 단단한 인물이다. 그런데 동백이는 강인하고 자기중심이 분명한 것 같지만 어딘가 모르게 주눅이 들어있고, 기센 아줌마 이웃들의 부당한 요구에도 자기주장을 못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가 있는 그대로의 동백이를 사랑하는 용식이를 만나면서 동백이는 점점 더 ‘자기다워’ 진다.
용식이는 동백이 정말 대단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정말 투박하고 쉽게 한다. 그런데 그 표현은 조금의 과장이나 가식도 느껴지지 않아서 동백을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고아원에 버려진 날이 생일이 돼버려서, 생일이면 자신의 가장 아픈 상처를 기억하며 지내던 동백은 용식에게 따뜻한 마음이 담긴 생일 축하와 카드를 받고 이런 대사를 한다.
“난 걸을 때 땅만 보고 걷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자꾸 나를 고개 들게 하니까……
이 사람이랑 있으면 내가 막 뭐라도 된 것 같고, 자꾸 너 잘났다 훌륭하다 지겹게 얘기를 하니까 내가……
내가 꼭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으니까… 화딱지가 나! 더는 안 참고 싶어진다구! “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존재인지가 느껴지니 땅만 보고 걷다가 고개를 들게 되고, 화가 나도 참는 때가 많았는데 이제 더 이상 참지 않고 맞서고 싶어진 것이다.
동백이를 보면서 느껴지는 안쓰러움, 기특함, 감동이 마치 상담을 하면서 만나는 내담자에게서 느껴지는 감정 같기도 해서 코끝이 찡했다.
용식이는 동백이 자존감을 회복하게 해주는 조명과도 같았던 것이다. 동백은 자신이 대단하게 살아내고 있음에도 스스로는 자신의 빛나는 내면의 자원에 조명을 비추지 못하고 있었다. 동백의 자원을 진솔하게 알아주는 용식의 표현들은 마치 빛을 받지 못해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던 귀한 동백의 내면의 보석을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조명과도 같았던 것이다.
상담 장면에서도 동백이 같이 자기의 소중함, 내면의 보석과도 같은 자원을 보지 못하는 내담자들를 많이 만난다.
그런데 그 보석에 조명을 비추면, 너무 힘들고 지쳐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순간에도 스스로 길을 찾는다.
중요한 일을 해내야 할 때, 자신이 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자기 내면의 에너지를 갉아먹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일의 결과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더라도 자기 전체가 미흡한 존재라는 인식을 하지 않으며,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우울에 빠지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돌보지 못했던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더 선명하게 알아차리고 존중하며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사람은 모두 내면에 각각 색깔과 크기가 다른 보석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비추는 조명이 없으면 빛을 내지 못한다. 모두에게 그런 조명이 되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참 좋겠다. 그 누군가가 부모님이라면 가장 좋겠고, 배우자라면, 연인이라면, 친구라면, 스승이라면…….. 하지만 그런 누군가가 없다면 자기가 자기에게 그런 조명이 되어 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