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중 하나, 질투

사람의 마음 중 하나, 질투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이란 문구가 있다. 그 질투라는 것이 아무래도 에너지를 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삼국지에는 여러 인물들이 나온다. 재미있는 일화들이 많은데,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참 비슷하구나 싶은 생각에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씁쓸하기도 하다.

유비는 잘 알다시피 덕장이다. 온유한 성품에, 항상 자신보다 대의를 생각한다. 부족한 면모가 있기도 하지만 따뜻한 인간적 면모로 누구나 존경하며 좋아한다. 어쩌면 다소 비현실적인 이상향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당시의 사람들도 지금 삼국지를 읽는 사람들도 모두 유비를 인정한다.

유비는 자신이 대륙을 정복해 다스리겠다고 일을 도모한 적이 없었다. 황건적의 난 때부터 시작해 오로지 漢민족의 통일을 위해 전쟁을 치르고 도의와 명분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돗자리를 짜며 근근이 살던 때도 그랬고 지위가 생겨 살 만할 때도 그랬다.

현재 중국의 서안 근처는 당시도 지금도 중요한 도시이다. 당시 그곳을 다스리고 있던 유장은 황실의 자손이다. 하지만 여러면에 부족하여 주변의 작은 나라들에 위협을 받고 있었다. 서안이 포함된 서천 지역은 천혜의 요새였다. 특히 한중과 장로가 유장이 다스리는 서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는데 백성들에게도 신임을 못 얻고 있었다. 심지어 유장을 모시고 있던 책사가 더 이상 유장에게 덕치를 바라기 어렵다고 느껴 유비에게 서천지역의 지도를 넘긴다. 그 지도는 그냥 지도가 아니라 산의 경사도, 주요 도로, 숨겨진 오솔길, 각 성의 병력 규모, 유명한 장수 이름까지 자세하게 쓰인 기밀 지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유비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한중이나 장로가 서천지역을 함락하면 그때 가서 서천지역을 치면 될 일이다. 그러면 두 곳 모두 유비의 차지가 된다. 손쉬운 방법이다. 그때 유장은 도저히 버티기 어렵다며 유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유비의 책사 제갈공명은 그냥 지켜보자고 한다. 하지만 도의와 명분을 중요시 여기는 유비는 종친이 도움을 요청하는데 매정하게 뿌리치냐며 당장 도우러 가야 한다고 얘기한다. 유비의 성품을 아는 제갈공명은 고개를 숙이며 명을 따른다.

유비는 서천에 가는 동안 혹여 군사들이 일반 백성을 곤란하게 할까 염려하여 엄하게 명령을 내려 오히려 군사들이 백성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 극도로 몸을 사렸다. 또 백성들에게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나누어 주기도 했다. 그러니 남녀노소 백성들이 나와 유비의 행군을 환영했다. 이를 내다 본 유장의 신하들은 유비에게 오히려 서천을 뺏길 수 있을 것이라고도 간언했지만 유장에게도 유비의 덕성은 믿을만했다. 그렇게 한동안 유비와 유장이 우애를 다지는 중 한중의 장로 군이 가맹관이라는 지역에 군사를 일으켰다. 이에 유비는 잘 훈련된 자신의 병사들을 데리고 출격했다. 유비의 군사들은 가맹관을 잘 지켜냈고, 유비는 덕장의 품위 또한 지키고 있었다. 서천의 백성들을 안전하게 하게 보호해 주고 심지어 군량미까지 나눠 주었다. 한중 군에게 수탈을 당해 살기 어려웠던 백성들은 밤에도 다닐 수 있게 되었다며 유비를 칭송했다. 그러는 가운데 민심이 훈훈해지며 유비야말로 서천의 진정한 주군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때 유장의 마음은 어땠을까? 질투가 생겼다.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을 돕기 위해 천 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준 것, 한중 군을 몰아내 준 것 등 자신을 도와준 것은 몽땅 잊고 질투심만 남은 것이다. 거기다 처음부터 유비의 서천 진입을 반대했던 책사들이 그것 보라고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게 될 거라고 하지 않았냐 하니 그의 마음이 더 조급해진 것이다.

이런 일은 어디에나 있고,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이순신 장군이 매일매일 날씨와 상황 등을 기록하며 적은 군사들로 전쟁을 이기고 있자 선조는 고마워하기는커녕 의심과 시기, 질투로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상은 고사하고 파직을 하기도 했다. 이순신이 전장에서 순직하지 않았다면 선조에게 죽었을 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결국 유장은 이후 유비의 도움 요청에 배신으로 답했고, 명분과 도의를 중요시 여기는 유비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되었다. 덕장 유비가 이전에 여포를 죽였던 이유도 배신을 밥 먹듯 했기 때문이었다.
선조도 마찬가지로 지금껏 욕을 먹는 임금 중 한 사람이다.
영화적 상상력이지만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질투했던 살리에르는 조용히 그를 죽인다.

기형도 시인은 이런 내용으로 시를 썼다.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그러고 보면 질투는 나를 망가뜨리는 힘인 것 같다. 질투의 대상은 둘째치고 나에게 치명적 악영향을 미치게 되니 말이다.

 

 

참고문헌, [설민석의 삼국지],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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