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십대 사이]3 *하일 G. 기너트/ 신흥민 옮김

십대와의 대화 1

논쟁을 피하고 실속 있는 의사소통과 대화 방법을 부모가 보여 주어야 한다. 주의를 기울여 듣고 비난이나 험담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말한다. 상담에서 말하는 제3의 귀를 가지고 유심히 듣고 공감을 나타내는 반응을 보여 주면, 십대 아이도 부모의 말에 주의를 기울인다. 아이가 모호하게 말할 때 부모가 그 내용의 요점을 명확히 짚어주면 아이는 자신의 말을 잘 들어 주었다고 느낀다. 이런 방식으로 대화가 오가면 아이들은 부모를 신뢰하게 된다. 또 부모의 말이 부모의 감정과 일치할 때, 아이는 부모를 존중한다.

 

십대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 아이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틀리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바로 잡아 주려는 것이다. 그게 왜 실수일까?

어른이 되려고 준비하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지각 능력이나 취향 등을 알아가는 중이다. 그래서 사실 아이들도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러면 부모들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면 더 좋은 모습이 될 테지만 아이들의 자아는 오히려 더 견고해져서 자존심이 먼저 상한다. 자신이 무시당하고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부모는 십대 자녀의 경험이나 감정에 대해 자신의 기준으로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십대 아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이해한 것을 그게 아니라고 설득하려 들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딸아이가 (엄마가 보기에) 이상한 디자인의 옷을 골랐다고 치자. 그럴 때 보통의 엄마들은 딸을 나무란다. 무슨 이런 옷을 입냐, 네게 안 어울린다, 취향이 왜 이러냐… 등등. 그런 상황이라면 딸아이는 즉각적으로 반항을 할 것이다. 아이는 자신이 공격당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대화하면 좋을까? 우선 딸아이의 취향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너는 이런 스타일을 예쁘다고 생각하는구나, 엄마는 이러저러한 디자인이 좋은데. 너에게도 어울릴 수 있으니 한번 입어보는 건 어때?”하고 사실만은 이야기하고 엄마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아이가 자신이 평가받거나 자기 취향을 비판받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간혹 아이들은 엄마가 해 준 음식에 불만을 표현하기도 한다. 음식이 짜다, 싱겁다, 맛이 없다, 너무 뜨겁다, 등등. 그런 상황에서 엄마들은 누구나 화가 난다. 하지만 그 불평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기는 참 애매하다. 엄밀히 말해 맛은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음식을 해 주는 것은 사랑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럴 때는 너그럽게 해결하는 것이 좋다. “먹기 싫으면 먹지 마!” 보다는 “이런, 네게는 너무 짠가 보구나. 다른 먹을거리가 없는데 어떡하지.”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거기다 대고 불평을 늘어 놓는 아이는 없을 것이다.

가끔 아이들은 어떻게 저걸 모르지 싶은 생각을 들게 할 때도 있다. 그러면 부모들은 대부분 어떻게 그걸 모르냐며 아이들을 나무란다. 너무나 당연한 지식을 모를 때도 있다. 그럴 때 부모는 친절하게 잘 설명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의외로 부모에게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부모가 해박하게 설명해 주면 존경심을 느끼기도 한다. 부모의 지식이 자녀에게 얼마나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동생이 있는 십대 자녀는 부모가 자기보다 동생을 더 예뻐한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러면 부모들은 대부분 아니라고 말하기 바쁘고, 첫 아이인 너에게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데 그러냐며, 언니, 형 노릇이나 제대로 하라고 다그친다. 그럴 때는 먼저 아이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 좋다. “네가 소외감을 느꼈나보구나.”, “동생들을 더 챙긴다고 느껴지는 구나”, “예전에 엄마 아빠가 네게 어떻게 했느냐와 상관없이 지금 네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게 네 느낌인 거지”하고 인정해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예전을 돌이켜 보게 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아이들은 더 일어나기 싫어한다. 엄마들은 아이의 이름을 크게 불러서 깨우는 게 일반적이다. 깨우는 과정에서 서로 화를 내기도 한다. 이런 방법은 어떨까? 아이를 깨우러 가서 날씨가 추워서 일어나기 싫지! 라고 공감해 주고 이럴 때 뜨거운 국을 먹는 것이 좋을지 우유를 따뜻하게 마시는 게 좋을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소통이 잘 된다고 느껴지고 어떤 사람은 답답하다고 느껴진다. 십대 자녀와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논쟁을 피하고 실속 있는 의사소통과 대화 방법을 부모가 보여 주어야 한다. 주의를 기울여 듣고 비난이나 험담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견해를 솔직히 말한다. 상담에서 말하는 제3의 귀를 가지고 유심히 듣고 공감을 나타내는 반응을 보여 주면, 십대 아이도 부모의 말에 주의를 기울인다. 아이가 모호하게 말할 때 부모가 그 내용의 요점을 명확히 짚어주면 아이는 자신의 말을 잘 들어 주었다고 느낀다. 이런 방식으로 대화가 오가면 아이들은 부모를 신뢰하게 된다. 또 부모의 말이 부모의 감정과 일치할 때, 아이는 부모를 존중한다.

참고서적, [십대와 부모사이], 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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