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십대 사이] 8 *하일 G. 기너트/ 신흥민 옮김

십대 아이들의 눈

십대가 되면 가치관이 확립되는 시기이므로 나름의 생각과 자신의 시각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판단하게 된다. 우리가 청소년 시기에 ‘우리의 기준’으로 부모들을 판단했던 것과 똑같이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부모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통제하려고 한다. 아이들의 행동이나 태도 등이 자신의 마음에 들어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자식을 잘 키우려는 책임감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를 이길 수는 없다. 시간과 에너지는 전적으로 아이들의 편이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에게 잘 따라주는 아이들도 있다. 일명 착한 아이들. 하지만 그 아이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부모의 눈을 피해 어떻게든 하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한다. 부모가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이후 자신의 믿음과 대치되는 자녀를 보고 부모는 상처를 받기도 한다.

통제의 방법으로 자녀를 억압하거나 공격하기도 하는데 이는 백전백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이길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부모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이다. 가족관계 안에서는 논리적이기도 힘들고 거리를 두고 생각하기도, 개념화하거나 객관적이기도 어렵다. 자녀와 잘 지내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현인의 말처럼 “지혜의 시작은 침묵이다. 그 다음의 단계는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를 실천하는 수밖에.

아이가 어릴 때는 자신이 약자임을 알기 때문에 불합리를 느껴도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십대가 되면 가치관이 확립되는 시기이므로 나름의 생각과 자신의 시각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판단하게 된다. 우리가 청소년 시기에 ‘우리의 기준’으로 부모들을 판단했던 것과 똑같이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부모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다음은 아이들이 바라본 부모들의 모습이다.

-아버지는 지적인 사람이고 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요.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면서 이론화하죠. 일이 생기면 면밀하게 점검하고 편파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아버지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공정하고 인색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나는 그런 아버지가 분통이 터져요. 그런 아버지의 마음은 단단한 망치 같고 논리는 날카로운 못 같게 느껴지거든요. 내가 무슨 말을 하거나 질문을 던지면 아버지는 마치 나를 고문하는 듯이 캐묻고는 내 생각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죠. 그래서 난 아버지가 좀 덜 예리하고 좀더 인간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어른들을 보면 탐욕과 야망이 보여요. 원하는 것은 다 가지려고 하죠. 우리 부모님은 저금통장, 주택 두 채, 자동차 두 대, 요트도 있어요. 집에는 온갖 가전제품들이 있고 클럽 회원권도 있어요. 그런데도 우리 부모님은 행복하지 않아요. 시간에 쫓기고 세금에 짓눌리고 불신에 사로잡혀 두통에 시달리고 있죠. 성공의 사다리는 그저 올라가는 것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아버지는 심리적으로 공황 상태이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나이도 많이 드셔서 힘 빠진 노인 같아요. 그래서 난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아요. 부를 쌓고 재산을 모으며 성공을 위해 끝없이 경쟁하며 살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어머니는 자유주의자예요. 교양도 갖춘 분이죠. 하지만 나는 알아요. 엄마의 기준으로 사람들을 은근히 차별한다는 것을요. 학교에서는 평등을 가르치지만 선생님들은 평등하게 대하지 않을 때가 더 많아요. 그래서 전 그렇게 도덕적으로 살지 않으려고요. 그런 모습들을 보다 보니 저도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어머니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작심했어요. 그러다 죽더라도 상관없다는 식이에요. 유일한 흥밋거리는 나예요. 온종일 나한테 신경을 쓰고 열심히 일을 하시죠. 내 바람과는 전혀 상관없이요. 내가 아프기라도 하면 집은 항생제와 닭고기 수프가 가득한 약국으로 변해요. 그리고 히스테리를 부리시죠. 어머니는 독수리처럼 나를 지켜보고 있어요. 이 집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요.

-우리 어머니는 어른스럽지 않아요. 지나치게 주목을 받고 싶어해요. 살림을 하거나 우리는 돌봐주는 방법도 모르는 것 같아요. 주의가 산만해서 뭘 해야 하는지 구별하지 못해요.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생활을 좀더 규모 있고 현명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죠. 그랬더니 너무나 많은 것을 의지해요. 어머니가 어른스러워졌으면 좋겠어요.

이처럼 아이들은 자신의 기준으로 어른들을 바라보며 판단한다. 물론 좋은 부모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십대도 있다. 그들이 말하는 좋은 부모들은 자신의 이야기는 경청해주면서 부모의 의견도 명확하게 주장하는 태도를 취한다.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해 주는 것이다.

부모도 부모 역할이 처음이라 실수할 때도 많다. 동료를 대하는 방법과 십대 자녀를 대하는 방법은 분명히 다른데 방법을 모를 때도 많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삶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녀를 아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힘들 때는 자녀와 함께 상담실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청소년 상담센터들이 많다. 십대 자녀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부모로서, 어른으로서의 책임이다.

 

참고문헌, [부모와 십대 사이]. 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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