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깜언] 김중미, 창비

[모두 깜언]

‘모두 깜언’에서는 다문화 가정, FTA, 구제역 등 농촌 사회의 여러 이슈들을 사실적이면서도 담담하고 세심하게 그려 낸다. 그러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으며 주인공 유정의 시선에서 긍정성과 씩씩함으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자라면서 보았던 드라마가 함께 연상되었다. 20년이 넘게 방송되었던 드라마 ‘전원일기’이다. 한 10년 전만 해도 서울을 벗어나면 논밭이 많았다. 지금이야 곳곳이 개발되어 경기도라고 해도 깊숙한 곳이 아니면 위성도시나 개발도시로 아파트촌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딱 10년 전쯤의 강화도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도시와 가까우면서도 시골인 곳.

요즘 티비에서는 일상을 들여다보거나 일상 그대로의 프로그램들이 많다. 나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들을 보면서 잔잔한 감동을 받기도 하고 나의 일상을 돌아보기도 하며, 지극히 평범한 나의 일상이 어쩌면 특별할 수도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예전 드라마 “전원일기”가 20년이 넘는 동안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그와 같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주인공 유정이와 유정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다. 유정이의 성격은 내성적이면서 쌀쌀맞기도 하고 정이 많기도 하다. 성격적으로 보면 우호형 뿌리에 분석형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엄마 아빠가 없는 유정이를 기죽지 않고 키우려고 애쓰신 할머니나 기꺼이 아버지가 되어주려는 작은 아빠도 비슷한 유형의 성격인 것 같다.
유정이가 좋아하는 우주도 비슷한 성격이다. 유정이를 좋아하는 광수는 밝고 너스레가 뛰어나 사교형 뿌리에 주도형의 기질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광수를 유정이는 딱 싫어한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인물, 사건, 배경이다. 그동안 참 많은 소설을 읽어 봤지만 이 소설만큼 캐릭터에 대해 분석하며 읽은 책은 없었던 것 같다. 분석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분석이 되었다. 그만큼 성격적 묘사가 섬세하다. 작가가 인물들에 얼마나 애정이 있는지가 느껴진다. 내용도 마찬가지다. 마치 드라마를 보듯 각각의 에피소드가 실감 나게 표현되어 있다. 주인공 유정이의 입장이나 상황뿐 아니라 도시 인근 농촌의 여러 애로 사항들에 같이 공감하게 되고, 주변 일처럼 걱정하게 된다. 심지어, 농촌에 대해서나 농업에 대해 지식도 관심도 별로 없던 나를 반성하게도 되었다. 더 나아가 의식주에서 食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모두 깜언’에서는 다문화 가정, FTA, 구제역 등 농촌 사회의 여러 이슈를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그려 낸다.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으며 주인공 유정의 시선으로 긍정성과 씩씩함으로 희망을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은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유정의 감정과 생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 나이의 청소년들이 이해가 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나도 거쳐왔지만 나와는 다른 10대를 사는 요즘 청소년들. 그들이 건강하고 바른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갖게 된다.

등장인물들은 모두들 한 두 가지의 결핍이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알든 모르든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이 나를 움츠러들게도 하고 나를 성장하게도 한다. 또 그 부족함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또 받는다. 그것 또한 참 사람스러운 내용이었다.

“결핍은 사람과 사람을 맺어 주는 매개가 되고, 서로 사랑하게 하는 힘이 된다. 내게 그 결핍의 힘을 알려 준 것은 항상 마을과 학교, 그리고 공부방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이었다.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가는 청소년들과 그들이 살고 있는 ‘지금 여기’의 현실. ‘모두 깜언’의 주인공들을 통해 이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 <모두 깜언> ‘작가의 말’에서

깜언은 베트남말로 ‘고맙다’는 뜻이란다.

여러분 모두 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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