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영상에서 불안(집착)형, 회피형 애착에 대해서만 말씀 드렸고, 혼란형 애착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는데요.
그래서인지 혼란형 애착의 주제로 한 영상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혼란형 애착에 대해 말씀 드릴게요.
혼란형 애착은 다른 애착 유형보다 연인관계에서 더 복잡한 어려움을 느끼고, 애착 유형 중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요.
어릴 때 주양육자로부터 폭력이나 학대 등을 경험했거나, 주양육자가 애착 대상인 동시에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던 경우에 혼란형 애착 유형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우리는 모두 어릴 때 생존을 위해 부모에게 철저하게 의지할 수밖에 없고, 부모가 처음 인간관계를 맺는 대상이기 때문에 부모를 통해서 처음으로 자기를 확인하죠.
그래서 유아기 때 부모가 중요한 대상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런 강력한 영향력의 부모가 어떤 때는 나를 사랑하고 돌봐주지만, 갑자기 공포스러운 존재로 돌변해서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혼란형 애착을 형성하게 되요.
혼란형은 연애를 할 때 처음에는 관계가 가까워지기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관계가 가까워지면 냉정해지거나 회피하는 듯한 패턴을 보이는데요.
안정적인 관계를 간절하게 원하지만, 막상 안정적인 관계가 되려고 하면 자기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에요.
다른 애착 유형과 마찬가지로 많은 분들이 혼란형에 대해 이 정도는 알고 계실 듯해요.
그런데 정말 궁금한 건 “내가 혼란형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일 거에요.
이 질문에 대한 솔루션 중 여러분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대답은 물론 안정형을 만나서 안정애착을 형성하는 것인데요.
이 솔루션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어떻게 보면 실현 불가능한 방법 것 같기도 해요.
다른 불안정 애착 유형과 마찬가지로 혼란형 역시 성인기에도 타인과 안정 애착 형성이 어렵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회피형은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상대방과 가까워지려고 할 때 느끼는 그 두려움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과 관계가 가까워질 때 마음속에 일어나는 그 두려움을 잘 인식해야 하는데, 대부분이 그 인식 자체를 어려워해요.
그 두려움을 인식하기도 전에 자동적으로 상대방으로부터 멀어지려는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인간은 누구나 자기 내면에서 어떤 감정과 바람이 일어나는 줄도 모르고 행동할 때가 있어요.
흔한 예로 배우자가 집에 늦게 들어왔을 때 화내는 경우죠.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서운한 감정이 일어났는데, 그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화부터 내는 거죠.
물론 유년기에 경험한 주양육자로부터의 해결되지 않은 혼란형의 두려움은 뇌의 피질하 처리 과정이 작동하는 것이라서 보다 강력하고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일반적인 예를 말씀드렸어요.
두려움의 감정을 인식하기 어려울 때 신체의 반응을 먼저 인식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요.
가슴이 몹시 두근거리는 느낌,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 등을 알아차려 보고, 그 신체 감각 속에 있는 두려움을 충분히 느껴보는 거에요.
그리고 이 두려움에 대해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이 되는데요.
스스로 두려움을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을 상대방이 잘 이해하고 위로해준다면 뇌에 이 두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회로가 다시 형성되기 시작하니까요.
혼란형 중 가장 어려운 경우는 자기도 기억나지 않는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인데요.
남자친구의 스킨쉽을 극도로 혐오하는 등 어떤 특정한 상황이나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 반응을 한다면, 그런 상황과 관련된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어요.
이런 경우는 스스로 해결하기는 어렵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시면 좋겠어요.
불안정 애착 유형 중 혼란형은 특히 접근과 해결이 어렵지만, 개인마다 그 정도와 양상은 차이가 있어요.
애착 유형 설명을 찾아보고 섣불리 진단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애착 유형이나 증상명을 붙이기에 앞서 천천히 차근차근 자기 내면을 알아보기 위한 시작을 해보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