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장애 (Obessive-Compulsive Disorder)

강박장애 (Obessive-Compulsive Disorder)

강박행동(compulsions)은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행동을 말합니다. 강박행동으로는 씻기, 청소하기, 정돈하기, 확인하기와 같은 외현적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숫자세기, 기도하기, 속으로 단어 반복하기와 같이 내현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주요증상>

강박장애의 주된 증상은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인데요. 강박사고 (obsessions) 는 반복적으로 의식에 침투하는 고통스러운 생각, 충동 또는 심상을 말합니다.

강박사고는 매우 다양한 주제로 나타나는데, 흔한 예로 음란하거나 근친상간적인 생각, 공격적이거나 신성 모독적인 생각, 오염에 대한 생각(문의 손잡이를 만지면 손에 병균이 묻지 않았을까?), 반복적 의심(문을 제대로 잠갔나?), 물건을 순서대로 정리하려는 충동이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인식하지만 잘 통제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의식에 떠올라 고통스러워 하게 됩니다.

강박행동(compulsions)은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행동을 말합니다. 강박행동으로는 씻기, 청소하기, 정돈하기, 확인하기와 같은 외현적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숫자세기, 기도하기, 속으로 단어 반복하기와 같이 내현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임상적 특징>

강박장애는 매우 다양한 강박적 사고나 행동으로 나타나는데,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첫째는 순수한 강박사고형으로 외현적인 강박행동이 나타나지 않고 내면적인 강박사고만 지니는 경우입니다. 원치않는 성적인 생각, 난폭하거나 공격적인 충동, 비윤리적인 심상 등과 같은 불편한 생각이 자꾸 떠올라 무기력감을 느끼며 괴로워하거나 내면적 논쟁을 하면서 대응하는 경우입니다.

둘째는 내현적 강박행동형으로 강박적 사고와 더불어 겉으로 관찰되지 않는 내면적 강박행동만을 지니는 경우입니다. 불편한 강박사고를 없애거나 감소하시키기 위하여 숫자를 세거나 기도를 하거나 어떤 단어를 반복적으로 외우는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강박사고와 함께 겉으로 드러나는 강박행동을 하는 외현적 강박행동형입니다.

외현적 강박행동은 매우 다양한데, 더러운 것에 오염되었다는 생각과 더불어 이를 제거하려는 반복적 행동을 나타내는 청결행동, 실수(예: 중요한 서류에 잘못된 기재를 함, 문을 잠그지 않음)나 사고(예: 담뱃불을 끄지 않아 화재가 남, 자동차 브레이크가 풀려 교통사고가 남)에 대한 의심과 더불어 이를 피하기 위한 확인행동, 무의미하거나 미신적인 동일한 생동(예: 옷을 수십 번씩 입었다 벗었다 반복함)을 의식처럼 나타내는 반복행동, 주변의 사물을 질서정연하게 정돈하면서 대칭이나 균형에 집착하는 정돈행동, 낡고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수집행동, 지나치게 꼼꼼하고 세부적인 것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게 되어 일을 처리하는 속도를 느리게 하는 지연행동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두 가지 이상의 강박행동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인>

인간은 누구나 매우 음란하거나 잔인한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며 실제도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일에 대한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잠시 우리의 의식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우연하게 떠오른 사고에 잘못 대처하게 되면 강박장애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인지행동적 입장의 심리학자인 Salkovskis(1985)는 강박장애가 발생하는 세부적인 과정을 분석하여 침투적 사고와 자동적 사고로 구분하였습니다. 침투적 사고는 우연히 의식 속에 떠오르는 원치 않는 불쾌한 생각을 의미하며 대부분의 사람이 흔히 경험하는 것입니다.

자동적 사고는 침투적 사고에 대한 사고를 의미하는데, 거의 자동적으로 일어나고 매우 빨리 지나가며 잘 의식되지 않기 때문에 ‘자동적’ 사고라고 합니다. Salkovskis(1985)에 따르면, 침투적 사고 자체가 강박행동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침투적 사고의 속성을 왜곡하는 자동적 사고가 불안과 강박행동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즉, 자동적 사고가 침투적 사고를 과도하게 위협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중요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고에 대한 책임감과 통제 필요성을 강렬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자신이 가족을 잔인하게 폭행하는 침투적 사고가 우연히 떠올랐을 때, “이런 생각은 중요하므로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비윤리적 생각을 한 것은 나의 책임이다”, “이런 생각이 절대로 떠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라는 내용의 자동적 사고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처럼 불안을 유발하는 침투적 사고를 억제하거나 제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노력은 오히려 침투적 사고가 자꾸 의식에 떠오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입니다.

강박장애의 기저에 존재하는 인지적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침투적 사고에 대한 위협을 과대평가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책임감을 과도하게 평가합니다.
둘째, 침투적 사고를 과도하게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는데 그 과정에서 사고-행위 융합이라는 인지적 오류가 개입됩니다. 사고-행위 융합은 생각한 것이 곧 행위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믿음을 뜻합니다.
셋째, 불확실성이나 불완전함(예: 실수나 오류)을 참지 못하며 완벽함과 완전함을 추구하는 특성을 지닙니다. 강박장애 환자들에게는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절대적인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절대적 확신을 갖는 것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Rachman(1998)은 강박장애를 유발하는 핵심적 인지요인은 침투사고에 대한 평가과정에서 나타나는 파국적 해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파국적 해석을 하게 되면 침투사고는 개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고 통제하기도 어려워지게 됩니다.

이러한 생각을 발전시켜 O’Connor 등(2009)은 추론융합이 강박장애의 유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습니다. 추론융합은 추론과정에서 상상한 가능성과 현실적 가능성을 혼동할 뿐만 아니라 상상한 가능성에 근거해 행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강박장애 환자의 추론적 사고는 두 가지의 특성을 지니는데, 그 하나는 현실의 직접적 증거보다는 잠재적 가능성에 의해서 상상적인 추론을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적인 상식이나 자신의 감각을 믿지 않고 자신의 추론에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화장실의 손잡이를 만졌다”는 사건에 대해서 “내 손이 위험한 병균에 오염되었을 지 모른다”는 일차적 추론을 하게 되고 이러한 추론내용이 침투적 사고의 형태로 의식에 떠오르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에 대해서 “그렇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병균을 오염시킬지 모른다”와 같은 파국적인 내용의 이차적 추론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심한 불안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반복적으로 손을 씻는 행동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강박장애 환자들은 불안을 유발하는 침투적 사고를 억제하거나 제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이러한 노력을 역설적이게도 침투적 사고가 자꾸 의식에 떠오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사고억제의 역설적 효과라고 합니다.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특정한 방어기제를 통해 무의식적 갈등으로 인한 불안에 대처하려 할 때 강박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프로이드는 항문기에 억압된 충동이 재활성화되어 나타난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생물학적 입장에서는 뇌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한 기능이상이 강박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뇌의 전두엽과 기저핵의 손상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으며, 기존의 항불안제나 항우울제로 잘 치료되지 않지만,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사용할 경우 우수한 치료효과를 타나낸다는 점에 근거하여, 강박장애가 세로토닌과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강박장애에 대한 일관성 있는 생물학적 이론이 확립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치료>

현재 강박장애에 대해서는 노출 및 반응방지법과 인지적 기법을 통합한 인지행동치료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불편한 감정이나 생각을 제거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마음챙김을 통해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그러한 감정과 생각이 사라지도록 하는 수용전념치료도 강박장애의 치료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약물치료로는 Clomipramine이나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강박 증상의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은 그 치료효과가 제한적이고 약물을 중단할 경우 증상이 재발된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임상 경험을 통하여 만난 강박증상을 보인 내담자들의 경우, 자신의 내면의 정서나 욕구를 억압해 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자신의 내면을 더이상 억압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고 다양한 강박 증상을 나타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자신의 내면의 상태를 잘 이해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하며, 내면의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강박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정확하게 알아내기 어렵지만, 자신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과정과 더불어 여러 치료기법을 통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완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의 믿음과 치료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으로 충분히 극복되어 질 수 있습니다.

참고

권석만, 현대 이상심리학 (2017,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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