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을 진행하면서 보게 되는 어떤 변화와 경험은 드라마 같고, 어떤 것들은 잔잔하고 소소하다.
나와 오래된 지인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보기 좋고, 부럽다고도 한다. 하지만 심리상담사로 일한다는 것이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항상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힘들고 지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심리상담사로 살아갈 듯하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상담 장면에서 내담자 분들이 자신에게서 발견하는 변화들에 대해 툭하고 꺼내놓는 진심, 감동이 되는 말들 때문일 것이다.
“이전 나의 세상은 잿빛.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돌아갈 수도 없다. 그 시간이 의미가 없진 않지만……” 이라고 상담을 통해 자신에 대해 알게 되고, 삶의 의미를 찾게 된 느낌을 전해 주시기도 하고,
자신을 수용하고 사랑하게 된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시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니까 많은 것들이 명확해졌다. 그게 나인걸…… 하고 인정하고 나니까 오히려 무언가 선택하고 인정하는데 걸림돌이 없어진 느낌이다.”
경직된 사고에 갇혀 실수를 할까 봐 정서를 억압해오던 내담자가
“목표를 다 하지 못해도 나 자신이 이렇게 괜찮은 줄 몰랐다. 이렇게 해도 괜찮다는 경험을 하고 나니, 불확실한 일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라며 자신의 변화를 알려주시기도 하고,
“흑백 TV를 보던 세상에서 컬러 TV를 경험하고선 다시 흑백 TV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조금 더 풍요로워진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어서 행복합니다.” 라며 정서를 인식하며 살게 된 변화에 대한 소감을 나누어 주시기도 한다.
“갇혀있던 나 자신을 표현하게 되었다.”
“자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닌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맞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서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
라고 내면의 진짜 욕구를 알아차리고 존중하게 된 느낌을 들려주신다.
과거의 자신을 잘못된 사람이라고 여기며 자책에 빠져 있던 어떤 분은
“과거의 나와 대화를 하는 초능력을 쓰고 싶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지금 애들하고 잘 못 지낸다고 해도 대인관계 문제 있는 아이가 아니다.” “그냥 성향이다.” “너한테 집중하는 시간을 더 가져라.” “무엇보다 너한테는 문제가 없다.”라고,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고 받아들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서 상태가 안정화된 것이 너무 행복하고, ‘내 마음을 내가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이 생긴 느낌이라고 편안해진 정서 상태를 표현하시기도 한다.
이 밖에도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게 되어, 이제까지 해오던 ‘같은 일’을 ‘다르게’ 하게 되기도 하고, 부부관계가 개선 되어 ‘같은 배우자’를 ‘다르게’ 만나게 되기도 한다.
심리상담을 진행하면서 보게 되는 어떤 변화와 경험은 드라마 같고, 어떤 것들은 잔잔하고 소소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모두가 가슴 뭉클한 감동이고 감사함으로 새겨진다. 상담을 하면서 씁쓸한 고통과 슬픔의 순간도 적지 않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나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그래서 그 삶을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토록 소중한 삶을 가꾸기 위해 상담받기를 결심한 마음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자신을 돌보기 위한 의지와 노력이 존경스럽기도 하다.